# 박정현, 임재범, 김범수, 김연우의 공통점은?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통해 재조명된 가수라는 점이다. 데뷔한지 10년이 훌쩍 넘은 '묵은' 가수들이 '나가수' 출연을 계기로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보다 근본적인 공통점은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라는 점이다. 가창력이 없었다면 '나가수' 무대에 설 수 없었을 것이고, 운 좋게 기회를 잡았더라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눈길은 항상 1등 상품이나 신상품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상품군에 따라서는 2등 상품보다 신상이 1등으로 도약하기 더 쉬울 수도 있다. 생활용품 등 저관여 소비재가 특히 그렇다. 세상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시장생리가 이렇다 보니, 철옹성 같은 1등과 화려한 신상들 사이에서 1등 아닌 '묵은' 상품들이 새롭게 주목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나가수'의 영향 탓일까?
새로움과는 거리가 먼, 출시된 지 한참 지난 '묵은' 상품들이 새삼스러운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어 화제다. '나가수'로 재조명된 가수들과 같이 이들 제품의 공통점 역시 뛰어난 제품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우연'이 아닌 '내공'의 힘으로 새로운 기회 잡기에 성공한 이른바 '나가수'형 제품들이다.
▶소비자 선택 뷰티어워드서 잇단 1위...매출 껑충
제품도 많고 제품 정보는 더 많다 보니, 제품 선택이 어려운 세상이다.
유명 블로거의 리뷰나 셀럽의 추천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왠지 찜찜한 것이 사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다수의 평범한 소비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했다면 의심은 눈 녹듯 사라지게 마련. 소비자 어워드의 힘이다.
올해로 출시 10년을 맞은 애경의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케라시스'는 올 한 해 소비자 어워드 수상 효과를 톡톡히 봤다. 케라시스는 2002년 애경이 외산 제품이 독식 중인 프리미엄 샴푸 시장을 겨냥해 국산 제품의 자존심을 걸고 출시한 샴푸 제품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앰풀샴푸'라는 새로운 제품 컨셉과 출시 초반의 대대적인 샘플링 마케팅의 성공으로 10년 동안 샴푸 시장의 스테디셀러로 군림하며 애경 헤어케어 부문의 간판 브랜드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뷰티 제품의 주고객층인 2030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각종 뷰티어워드에서 케라시스의 주요 제품이 잇달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케라시스 모링가 텍스춰라이저 트리트먼트'가 매거진 '얼루어'가 선정한 '2011 얼루어 뷰티어워드'에서 트리트먼트 부문 1위, '케라시스 뉴트리티브 앰풀 샴푸'와 '케라시스 데미지 클리닉 린스'가 국내 최대 온라인 뷰티카페 '파우더룸' 회원들이 선정한 '파우더룸 초이스'에서 샴푸와 린스 부문 각각 1위, '케라시스 모링가 텍스춰라이저 에센스'가 케이블TV 온스타일의 인기 프로그램 '겟잇뷰티'의 '겟잇뷰티 블라인드 테스트 어워드'에서 에센스 부문 1위를 차지한 것. 특히 '케라시스 모링가 텍스춰라이저 에센스'의 경우, 5월 초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온라인 판매 부분에서 2달 만에 매출이 4배 가까이 뛰었다.
▶차별화된 PPL 전개...최고의 대박
2011년 상반기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PPL 종결자'라는 비아냥을 얻을 만큼 방송 전반에 걸친 과도한 PPL(간접광고)로도 화제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PPL이 성공했다는 반증으로, 광고주 입장에선 이 드라마가 '최고의 대박'이었던 셈.
드라마에 협찬한 다양한 제품 중 가장 큰 재미를 본 제품은 코카콜라의 '글라소비타민워터'였다. 드라마에 제품이 단순히 노출되는 수준을 넘어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이어주는 핵심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면서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일명 '독고진 음료'라고 불릴 만큼 화제가 됐다.
2009년 출시된 '글라소비타민워터'는 출시 초부터 패션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를 주타깃층으로 설정하고, '들고만 있어도 폼 나는 패션소품'의 이미지를 내세우며 기존 기능성 음료와는 차별화된 제3의 음료 전략을 구사해왔다. '최고의 사랑' PPL도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 PPL 성공 이후 브랜드 전 제품의 매출이 평균 30%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드라마에 자주 노출되었던 자주색 '파워C' 제품의 매출은 40% 가까이 늘었다.
▶아이돌 스타 협찬으로 새로운 패션 트렌드 창조...제2의 전성기 구가
한동안 주춤했던 백팩이 최근의 스마트기기 유행과 레트로 열풍에 스타 마케팅의 위력이 더해져 새롭게 인기몰이 중이다. 백팩의 재부상을 주도한 브랜드는 1990년대 후반의 '1차 백팩 열풍'의 주역인 잔스포츠. 당시 '잔스포츠 백팩'은 '국민 책가방'으로 불릴 만큼 10대 학생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2000년대 들어오며 백팩 자체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해 사이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하며 '2차 백팩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1차 백팩 열풍이 '교복패션'에 한정된 것이었다면, 2차 열풍의 특징은 아이돌 스타들이 주도하는 '사복패션'이라는 점이다. 몇 해 전 황정음(지붕 뚫고 하이킥)과 이민호(개인의 취향) 등이 시트콤과 드라마를 통해 백팩을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하며 새로운 백팩 패션의 유행을 예고했는데, 이들이 등에 맨 백팩의 브랜드가 바로 잔스포츠였다. 2차 백팩 열풍에 힘입어 신학기 시작으로 백팩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지난 3월 잔스포츠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신장했다. 특히, 잔스포츠의 스테디셀러인 블랙 컬러의 싱글포켓 백팩은 지난 1월 출시된 8천 개 제품이 두 달 만에 완판에 가까운 판매율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고정관념을 깬 마케팅으로 퍼플오션 창출... 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노스페이스 재킷'은 대한민국에서 '국민 교복'으로 통한다. 거의 모든 10대 남학생과 많은 수의 10대 여학생들이 한 개 이상의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0대 학생들의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 의아한 것은 노스페이스가 10대를 겨냥한 캐주얼 브랜드가 아니라, 4050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점이다. 노스페이스 이전에 10대들이 즐겨 입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전무했으니, 최근의 '아웃도어 캐주얼' 열풍의 진원지도 따지고 보면 바로 '노스페이스 재킷'이다. 심플한 디자인에 가볍고 실용적인 노스페이스 재킷을 교복 위에 입는 10대 학생들이 하나 둘 늘고 있음을 재빠르게 감지한 노스페이스가 2009년 업계 최초로 패셔니스타 공효진을 모델로 기용해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무장한 '아웃도어룩'을 선보인 것이 아웃도어 캐주얼 열풍의 시작인 것. 4050 중장년층이 주고객이고, 광고모델은 전문 산악인인 게 당연하다는 아웃도어 업계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 결과, 노스페이스는 2009년 연매출 4천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최초로 5천억 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노스페이스의 대표 상품인 '프리 재킷'은 매 시즌 5만장 이상씩, '눕시 재킷'은 10만장 이상씩 팔린다. 노스페이스는 세분화된 제품 라인과 감각적인 스타일로 전문 산악인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을 흡수하며 아웃도어의 대중화 시대를 선도하는 등 패션업계 전반의 불황 속에서도 아웃도어 시장을 성장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셀럽 마케팅의 수혜... 자고 일어나니 스타
국내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다가 성공적인 해외진출로 더 큰 인기를 얻게 된 베스트셀러도 있다. 국내 화장품 업체 '한스킨'은 2004년 스킨케어 전문 화장품 기업으로 시작해 각종 브랜드 대상 등 유수의 상을 휩쓸며 인기를 끈 기업이다. 당시에는 '비비크림'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카테고리였지만, 현재 한스킨은 비비크림의 대명사로 통할 만큼 성장했다. 2007년부터는 일본 시장에도 진출,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니혼 TV의 미용전문 프로그램 '오네맨즈'에 나온 배우 윤손하가 본인의 가방에서 꺼내든 한스킨의 비비크림이 영상에 잡히면서 '연예인들의 비밀병기'로 불리며 일본인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특히, 비비크림의 1세대라고 불리는 '한스킨 수퍼 매직 비비크림'은 자외선 차단과 미백, 주름 케어까지 한번에 가능한 제품으로 '연예인 화장품'으로 입소문이 돌면서 일본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아이템으로 유명해졌다. 한스킨의 비비크림은 일본 외의 아시아 나라에서도 신드롬을 일으켰다. 대만 진출 2주 만에 비비크림 판매 1위, 전체 스킨케어 제품 6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난 중국 국경절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찾은 국산 제품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