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그런데 비만은 마음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불안감과 우울증이다. 비만과 우울증은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일 라이덴대학의 최근 연구 결과가 말해준다. 비만인 사람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55% 높고, 반대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비만이 될 위험성도 58%나 높다.
비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절반 가량이 우울증으로 고통받는다. 여성 비만 환자의 경우에 더 심각하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주현 교수는 "비만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생리 문제로 인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못해 고통받는 경우도 있다. 남성의 경우에는 비만과 우울증이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과 우울증은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비만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고, 거꾸로 우울증이 비만을 부르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는 우울함을 벗어나기 위해 폭식하는 경우가 잦다. 폭식이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서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폭식이 비만을 부르는 것이다. 폭식으로 비만이 생기고 스스로 고립되면서 우울증이 깊어진다.
그런데 폭식은 스트레스, 우울, 불안, 무료함 등의 심리적 상태에서 일어난다. 우울증 환자가 음식 이외에는 문제 해결 방법을 모르거나 혹은 다른 방법을 시도할 엄두가 안 나서 음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먹는 것 외에 다른 재미를 찾아야 비만을 벗어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비만 환자들이 자신의 진짜 문제를 계속 피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분당제생병원 정신과 박근영 박사는 "비만을 해결하면 다른 심리적 문제나 스트레스, 갈등에 직면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무서워서 차라리 비만한 상태로 남아 있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박 박사는 "그래서 비만을 치료할 때는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어려움도 함께 치료해야 효과가 높다. 식이요법, 운동 등과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포함한 심리적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감량과 재발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