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류중일 감독은 찬밥 신세?'
아시아 제패를 위해 대만이 입성한 삼성 선수단. 그런데 시작부터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졌다. 삼성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는 대만 언론 때문에 벌어진 사건에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하염없이 웃음만 터뜨렸다.
삼성 선수단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타이페이 타오위엔 국제공항을 통해 대만에 입국했다. 수많은 대만 언론들이 삼성 선수단의 입국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공항에 몰려들었고 출구를 통해 류중일 감독을 필두로 한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연신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하지만 여기서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대만 언론의 카메라는 류 감독을 향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삼성 최고의 인기스타인 오승환, 최형우 등을 향한 것이었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대만 사진기자들의 목표대상은 삼성 선수단 매니저인 김정수 차장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만난 류 감독은 "많은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데 나는 눈이 별로 부시지 않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사연은 이랬다. 이날 류 감독을 포함한 삼성 선수단은 모두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공항에 들어섰다. 삼성 관계자 및 홍보팀 직원들도 마찬가지. 그런데 딱 한 사람 만이 삼성 라이온즈의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푸른 점퍼를 입고 있었다. 김 차장이었다. 대만 사진기자들이 삼성의 점퍼를 입은 김 차장을 주요 인물로 지목하고 무작정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었다.
수하물을 기다리던 류 감독은 "대만쪽도 참 정보가 없나봐. 감독인 나한테는 아무도 관심이 없네"라며 껄껄 웃었다. 그렇게 류 감독과 취재진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대만 사진기자들은 선수들 동선을 짜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김 차장을 따라다니느라 바빴다. 하긴 선수단을 향해 "저쪽으로 모여"라며 손가락으로 사인을 내는 김 차장의 모습은 확실히 리더십이 있어보였다.
타이페이(대만)=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