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걱정과 긴장감이 뒤섞이면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계약이 있거나 프레젠테이션 등이 있는 전날이면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역시 걱정과 긴장감 때문이다.
26일 플레이오프를 앞둔 포항 선수들 가운데 최근 잠을 설친 선수들이 꽤 있다. 걱정과 긴장감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22일 저녁 식사를 끝낸 선수단은 한명씩 감독실로 갔다. 면담은 아니었다. 감독실에서 나올 때, 선수들의 두 손에는 뭔가 들려있었다. 산삼 두뿌리였다. 선수들에게 산삼을 준 황 감독든 저녁 식사를 한 뒤 적당한 때에 한뿌리씩 먹으라고 지시했다. 나머지 한뿌리는 24일이나 25일 복용을 권했다.
산삼을 먹은 포항 선수들은 효능 탓인지 기분 탓인지 쏟아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몇몇 선수들은 괜히 밤늦게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포항 선수들이 산삼을 먹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2009년 초반 포항은 10경기 1승7무2패로 부진했다. 김태만 포항 사장은 선수들을 위해 지인을 통해 산삼을 공수해 왔다. 충남 부여에 사는 지인은 사정을 듣고 흔쾌히 산삼 100뿌리를 쾌척했다. 산삼 복용 후 원기를 회복한 포항은 연승 행진을 이어갔고, AFC 챔피언스리그 및 피스컵 코리아 우승 및 FIFA 클럽월드컵 3위라는 팀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달성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김 사장은 2009년 산삼 효과를 기억했다. 다시 지인에게 연락했다. 이번에도 산삼 100뿌리가 포항 클럽하우스로 왔다. 선수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산삼을 먹었다. 마음속으로는 우승을 외쳤다.
선수단 가운데는 산삼을 처음 보는 선수들도 있었다. 가나대표팀에서 A매치골을 넣은 아사모아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국 생활을 오래한 모따와 슈바는 산삼을 잘 알고 있었다. 아사모아는 산삼을 보더니 신기해하면서도 경계했다. 포항 스태프들은 아사모아에게 산삼의 효능을 설명하기 위해 애를 썼다. 정성어린 설명을 들은 아사모아는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산삼을 맛있게 먹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