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선수 명단 제외 직감했다. NC서 새 인생 열겠다."
2차 드래프트에서 NC에 지명된 포수 허 준(전 넥센)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아쉬움 보다는 새로운 야구인생을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신생구단 NC는 지난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종료 후 특별지명으로 넥센 포수 허 준을 선택했다. 전체 26순위로 순번은 낮았지만, NC는 지명 뒤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보호선수 명단을 받아든 뒤 가장 먼저 점찍은 선수가 허 준이었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결과를 전해들은 허 준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보호선수 40인 명단에서 제외됐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날 필요로 하는 구단이 있을지 몰랐지만, 보호선수 명단이 떠올라서인지 NC 지명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고 했다.
허 준은 올시즌 55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타율 1할9푼1리에 1홈런 11타점. 허 준은 지난해 73경기에 나서면서 주전포수 강귀태를 위협하는 넥센의 'No.2' 포수로 자리잡나 싶었지만, 올해 6월20일 2군으로 내려간 뒤 단 한차례도 1군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신고선수 신화를 쓴 허도환에게도 밀리며 기회를 얻지 못했다. 허 준은 이에 대해 "내가 부족한 것이지 누굴 탓할 게 아니다. 올해는 정말 내가 부족했다"며 자책했다. 곧이어 "이런 나를 지명해준 NC에 고맙다. 야구인생을 반전시킬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C는 포수 6명을 데리고 있지만, 모두 프로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서 2라운드 후 특별지명(전체 19순위)한 단국대 출신 포수 김태우가 주전으로 육성되고 있지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는 큰 법. 2차 드래프트에서 당장 프로에서 통할만한 포수를 영입하는 게 우선과제였다. 두산 최승환(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행)도 있었지만, 33세의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허 준은 30세. 게다가 최근 1군 경험은 최승환보다 많았다. 결국 NC의 어린 포수들을 이끌어갈 만한 리더감으로 허 준을 점찍었다.
허 준은 "NC에서 나에게 원하는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게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역할이든, 당장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일이든 팀이 원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며 "내년에 2군에서 뛰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2군에서 최고가 된 뒤, 1군에서 상대팀을 끈질기게 괴롭힐 수 있는 그런 팀의 포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 준은 행정절차가 마무리 되는대로 NC의 제주도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편, NC가 이토록 필요로 한 허 준을 하위순번에 지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NC는 8개 구단 보호선수 명단을 검토한 결과 포수를 원하는 구단이 없음을 직감했다. 각 구단마다 대부분의 포수를 보호선수로 묶은 것. 결국 NC는 허 준의 순번을 뒤로 미룬 대신 조평호(넥센 외야수) 이재학(두산 투수) 오정복(삼성 외야수)를 앞에서 지명할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허 준을 지명한데 대해 "우리가 데려오고자 했던 선수"라며 만족하면서 "허 준은 1군 경험이 풍부한 포수다. 앞으로 우리 팀 포수들을 이끌어가면서 5년 이상 뛸 만한 든든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