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영이 내년 시즌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화는 원 소속구단 LG와의 우선협상기간이 종료된 직후 송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22일 0시 1분이었다. 이상군 운영팀장은 통화를 마친 뒤 곧바로 송신영이 있던 강원도까지 달려가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조건은 3년간 총액 13억원+알파(계약금 4억원, 연봉 3억원, 옵션 비공개)다. 한화 구단 역사상 두번째 외부 FA 영입. 한화는 지난 2006년 내야수 김민재를 영입한 뒤로 FA 시장에서 움직인 적이 없다. 그만큼 한화는 '베테랑' 송신영의 가치를 높게 봤다.
▶주무기
송신영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비롯해 체인지업 포크볼 싱커까지 다양한 공을 던진다. 1군에서 뛴 11년간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얻은 산물이다. 직구 평균구속은 140㎞대 초반이다. 빠른 공을 갖고 있지 않기에 살아남는 방법으로 구종 개발을 선택한 것. 또한 모든 구종에 강약조절이 가능하다. 완급 조절을 통해 1이닝 이상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송신영은 올시즌 직구에 이어 커브를 가장 많이 던졌다. 구속이 15㎞ 가량 차이나는 두가지 커브를 던진다. 슬라이더와 유사한 파워 커브까지 포함하면 30㎞ 이상 차이가 난다. 같은 커브도 강약을 조절해 던져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커브의 제구력도 완벽하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넣는 공과 배트를 유인하는 공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커브는 실투 시 장타를 허용할 수도 있는 위험한 공이지만, 송신영은 고비 때마다 과감히 커브를 던진다. 그만큼 자신있는 공이다.
▶위기관리능력
타자를 갖고 놀 줄 안다. 위기를 맞아도 표정이 흔들리는 법이 없다. 구위와 컨트롤에 모두 자신감이 있기에 배짱있게 승부한다. 과감히 몸쪽 공을 던질 줄 안다.
변화구를 많이 던진다고는 하지만, 직구로 승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시즌 중반 LG로 이적한 뒤에는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로 투구하지 못했다. LG서 마무리투수로 뛸 때 9회 주자 없는 상황에 오르기 보다는, 8회 혹은 9회 주자가 있는 상황에 등판하는 일이 많았다. 강력한 직구가 없기에 박빙의 상황에서 변화구를 많이 던질 수 밖에 없었다.
한화에서는 용병 마무리투수 바티스타 앞에 서는 셋업맨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넥센 시절 맡았던 본업이기에 LG 때 보다는 부담없이 자기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몸상태 및 내년 전망
송신영은 부상없이 오랜 시간 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이유다. LG 전력분석팀 이성준 과장은 "송신영을 영입한 뒤 모두가 놀랐다. 구단에서 훈련량을 정해줄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필요한 부분을 알고 스스로 찾아서 했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있는 선수들은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다. 올시즌 다른 변화구를 줄이고 커브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 이유도 몸상태 때문이다. 어깨나 팔꿈치 상태가 최상은 아니기에 몸에 무리가 가는 구종을 던지지 않은 것이다.
올해 35세의 노장이다.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는 어쩔 수 없다. 올해 보여준 모습대로라면 이틀 등판 뒤 하루 휴식은 필수다. 3일 연속 등판 시 직구 최고구속은 140㎞를 넘지 못했다. 주무기인 커브 역시 떨어지는 힘이 없어 방망이에 맞아 나가는 일이 잦았다. 등판일수 관리가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한화가 송신영을 마무리 앞에 던지는 셋업맨으로 쓴다는 것이다. 이미 한화에는 왼손투수 박정진이 있기에 등판일 조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LG 시절보다 부담감은 훨씬 줄어든 상황. 계약기간 3년 동안 한화가 원하는 중간계투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