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베컴(35·LA갤럭시)의 지난 4년은 파란만장 했다.
베컴은 2007년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갤럭시에 입단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에 진출한다고 했지만, 명예보다는 돈을 좇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유럽에서 뛰지 않는 베컴을 원하지 않았다. 이에 베컴은 MLS 시즌을 마친 뒤 유럽 팀으로 임대를 가는 방식으로 경기력을 유지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썼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소속팀 LA 팬과 동료마저 등을 돌리는 결과로 드러났다. 천신만고 끝에 잉글랜드 대표팀에 복귀했으나,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있던 시기에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눈물을 흘렸다. 베컴의 미국 생활은 그렇게 실패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베컴은 마지막 순간 '해피엔딩'을 만들어 냈다. 21일(한국시각) 열린 휴스턴 디나모와의 MLS컵 결승전에서 후반 27분 정확한 패스로 랜던 도노번의 결승골이 터지는데 기여했다. MLS 정규리그 뒤 플레이오프 형식으로 열리는 MLS컵 정상을 밟은 LA는 2005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2007년 LA 유니폼을 입은 베컴은 이적 후 처음으로 우승을 맛봤다. 베컴은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한 '부상 투혼'이 경기 직후 밝혀지면서 또 한 번 찬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 5년 간 LA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이 마침내 이뤄졌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 뒤 샴페인과 맥주를 마시면서 (부상)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됐다"고 농담을 하는 여유도 드러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베컴은 LA와 계약이 만료된다. 미국 생활에 만족한다는 베컴과 마케팅 보증수표를 놓치고 싶지 않은 LA의 입장이 부합하면서 잔류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베컴이 유럽으로 건너가 선수생활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베컴은 "지금은 우승 기쁨 만을 생각하고 싶다. 내년의 일은 그 때가 되야 알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