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
한솥밥을 먹으며 2000년대 'SK 왕조'를 건설했던 김성근 전 감독(69)과 이만수 감독(53).
김 전 감독은 남성지 'GQ' 12월호의 인터뷰에서 '예의에 벗어난 놈'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이 감독을 비난했다.
표면적으로 전화문제였다. 김 전 감독은 지난 8월17일 SK 구단의 소극적인 재계약 태도에 반발하며 자진사퇴했다. 결국 다음날 SK는 김 전 감독을 경질하고 당시 2군 지휘봉을 잡고 있던 이만수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결국 올 시즌이 끝난 뒤 이 감독대행은 정식 감독이 됐다.
이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뒤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김 감독에게 전화를 해 보셨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 이 감독은 그때마다 "전화를 드렸는데, 받질 않으신다"고 했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의 얘기는 달랐다. 지난 11월11일 김 전 감독은 전화통화에서 "이만수 감독이 그동안 딱 두 차례 전화했다. 허허허"라고 어이없는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결국 'GQ' 12월호 인터뷰에서 '메일 보낸 거 보여줄까. 교회인이 왜 거짓말을 하느냐 그랬다고, 교회가서 하나님께 사죄하라 그랬다'고 했다. '전화도 타이밍이 있다. 내가 그만됐을 때, 해임됐을 때, 이만수한테 구단에서 연락을 갔을 때 전화가 왔어야 되는 것'이라며 '(첫 경기에 나서면서) 그때도 전화가 안 왔고, 세 차례나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도 모르는 아이', '예의에 벗어난 놈' 등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이 감독은 그동안 공식 인터뷰에서 "수차례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이런 이 감독의 발언이 김 전 감독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일 뿐이다. 더 큰 갈등은 그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의 갈등은 2006년 10월 SK의 감독과 수석코치로 SK를 맡을 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둘은 맞지 않았다.
스타일이 극과 극이었다. 철저한 데이터와 자신의 경험이 응축된 용병술을 펼치는 김 전 감독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추구하는 스타일 자체가 달랐다. 김 전 감독은 철저하게 계산된 시스템 야구를 추구하는데 반해, 이 감독은 통 큰 미국식 빅볼을 선호했다.
김 전 감독은 자유분방한 이 감독의 태도가 기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독 재임시절에도 종종 "이만수(당시 수석코치)가 (수석코치로서) 좀 더 꼼꼼하게 선수단을 챙겨야 한다.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김 전 감독이 중용하는 일본인 코치들과 이 감독의 갈등도 있었다.
이 감독 역시 자신과 맞지 않는 김 전 감독의 운영 시스템에 많이 힘들었다. 이 감독이 생각하는 야구단 시스템은 감독과 수석코치, 그리고 각 분야의 코치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수석코치) 자체가 모호한 시스템에서 김 전 감독의 요구사항을 100%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갈등이 심화된 계기는 지난해 6월부터다. 당시 김 전 감독은 이만수 수석코치와 계형철 2군 감독의 보직을 맞바꿨다. 표면적으로 김 전 감독은 "분위기 쇄신을 위한 조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심리적인 충격은 컸다. 당시 2군 감독실에 찾아간 기자에게 "나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즌 막판 이 감독대행이 1군 수석코치로 다시 올라왔지만, 그들의 갈등은 계속 커지고 있었다.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김 전 감독은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시즌 전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끝난 뒤 결산 인터뷰에서 김 전 감독은 "60점이다. 허리 디스크 수술로 내가 직접 (훈련을) 이끌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만수 수석코치를 다시 2군 감독으로 내려보냈다. 당시 이 감독은 "괜찮다. 감독님이 결정한 사항"이라고 했지만, 그 말 속의 뉘앙스는 묘했다.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 상황에서 대한 체념과 불만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갈등은 걷잡을 수 없었다. 지난 7월 스포츠조선은 이만수 감독과 '10대1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이 감독은 "11년간 매일 4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선수단을 운영하기 위해 4시간밖에 자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감독은 재계약을 놓고 올 시즌 중 SK 신영철 사장과 협상을 했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신영철 사장이 재계약 문제를 거론하면서 '양해를 구해야 할 후배가 있다'고 해서 불쾌했다.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사장 "김 감독님과의 주고받는 농담 속에서 생긴 오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감독과 이 감독의 갈등은 사실상 폭발했다.
결국 김 전 감독이 자진사퇴에 이은 경질로 이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은 "감독대행으로서 김 전 감독이 세운 야구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 시즌을 통해 이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용병술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그러면서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감독이 할 역할은 없다", "투수들을 절대 무리하게 등판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 강조했다. 있는 그대로를 놓고 보면 당연히 맞는 얘기. 하지만 김 전 감독의 야구 시스템을 묘하게 부정하는 뉘앙스의 발언들이었다.
결국 전화 문제가 기폭제가 됐다. 그동안 쌓인 불만이 폭발했다. 현재 미국 플로리다에서 SK의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이 감독은 "(김 전 감독의 독설에 대해)할 말이 없다. 김 감독님을 존경하고 다시 프로야구에 복귀하는 것을 바라는 게 내 마음"이라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