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사상 최초로 '제2드래프트'가 실시된다. 각 구단의 보호선수 40인을 제외한 선수를 대상으로 총 3라운드가 진행된다.
제2드래프트가 표본으로 삼은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는 한 팀이 유망주를 대거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마이너리그서 3년 이상 뛴 선수 중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는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한다. 룰5 드래프트에는 영입한 선수를 다음 시즌 25인 로스터에 90일 이상 포함시켜야 하는 등의 강제 조항이 있어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윈-윈(Win-Win)하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형 룰5드래프트인 제2드래프트는 첫 시행부터 우려섞인 시선이 가득하다. 취지는 좋지만 제도가 한참 못 따라오고 있다는 불평이 가득하다. 지금 분위기라면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제2드래프트가 도입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생구단 NC다. NC는 기존 구단 인수가 아닌 창단 형식의 신생팀이었기에 모든 걸 0에서 시작했다. 신인드래프트서 추가로 7명을 지명했고, 프로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긁어 모아 52명의 선수단을 꾸렸지만 아직도 외인구단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존 취지대로라면 NC는 제2드래프트에서 즉시전력감을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NC는 물론 8개 구단이 받아든 보호선수 명단은 참혹할 정도다.
제2드래프트 대상자는 페넌트레이스 종료일 기준 등록선수와 신고선수다. 군제대 선수의 경우 페넌트레이스 등록일 이전 등록 여부에 따라 갈린다. 각 구단의 군보류선수와 FA(자유계약선수) 신청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시즌 각 팀별로 등록선수는 58명에서 63명 규모(외국인 선수 포함, 1월31일 기준)였다. FA와 군입대선수를 제외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1군은 커녕 2군 주전감도 데려오기 힘들다.
결국 현장에서는 보호선수 40인은 실질적으로 55인에서 60인 정도로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1라운드 3억, 2라운드 2억, 3라운드 1억의 양도금 또한 문제다. 각 구단은 이 정도 거액을 주고 2군 선수를 데려오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제2드래프트는 한번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후 라운드 역시 포기로 간주된다. 지금 상태로는 NC를 제외한 모든 팀이 1라운드부터 기권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NC 측은 자신들을 위한 선수수급 방안이기에 섣불리 '패스'를 외치기 힘들다. 첫 드래프트부터 파국을 맞는다면, 제도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측은 '첫 시행이니 양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초기에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는 것. KBO 정금조 운영팀장은 "보호선수를 40인까지 낮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적생이 나올 만한 조건을 만들었다. 양도금을 낮추지 못한 건 아쉽다. 그래도 이번 제2드래프트에서 스타가 나와 제도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