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과격한 코치가 아니랍니다."
프로농구 SK의 문경은 감독대행(40)과 전희철 코치(38)는 경기 외적으로도 항상 주목받는 코칭스태프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농구대잔치 시절을 함께 풍미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감독-코치로 뭉쳐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경은은 '초보감독'이라서 농구팬들의 시선을 더욱 끌어당겼고, 시즌 초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뒤 점차 안정된 전력을 구축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선배 감독을 뒤에서 묵묵히 보좌하는 전 코치의 심정은 어떨까. 전 코치는 "감독님과의 사이가 너무 좋은 나머지 괜한 오해를 사는 바람에 테크니컬파울만 늘었다"고 엄살을 부렸다.
전 코치는 올시즌 현재 테크니컬파울을 3개나 받았다. 벤치 테크니컬파울 최다 기록이다. 경기 중에 코트 옆 제한구역에 서서 작전을 지시하는 감독을 제외하고 코치 등 벤치 멤버들이 과도하게 일어서거나 심판에게 어필을 하면 벤치 테크니컬파울이 주어진다.
자유투 1개를 헌납하고 벌과금 20만원까지 내야하는 제법 혹독한 벌칙이 뒤따른다. 전 코치는 "사실 벤치에서 무례하게 행동한 적은 없는데 애매하게 테크니컬파울을 받았다"며 "심판들이 나를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전 코치 나름대로 테크니컬파울을 양산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문 감독은 전 코치를 비롯해 허남영 코치(39) 등 후배들과 항상 의견을 주고 받으며 작전을 지시한다.
초보 감독이라서 코치들의 조언을 받는 게 안정적이기도 하지만 문 감독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지휘 방침이 '소통의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코치가 벤치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아졌다.
시끄러운 체육관에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기 도중에 문 감독에게 제대로 의사를 전달하려면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다가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심판들에게는 전 코치가 상습적으로 벤치에서 일어나는 요주의 대상으로 찍혔던 모양이다. 가볍게 한두 번 일어나는 정도는 애교로 봐주지만 정도가 심하다 싶으면 가차없이 휘슬이 울려댄다.
게다가 전 코치는 다른 코치들에 비해 덩치가 크고, 한 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개성있는 외모의 소유자다. 그러다 보니 심판들의 눈에 자꾸 띄게 된다.
SK 장지탁 사무국장은 "사실 다른 팀 코치들도 전 코치만큼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데 전 코치가 워낙 눈에 띄는 스타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전 코치의 억울함을 대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코치는 선수단 살림을 맡는 한상민 주무가 일어섰을 때도, 항의가 아니라 "파울아니에요?"라고 질문을 던져도 테크니컬파울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전 코치는 자꾸 쌓이는 테크니컬파울이 싫지 않다는 눈치다. "저는 감독님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부르시면 언제든지 달려가야 하거든요. 어차피 자꾸 일어설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