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녀'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예전 드라마에서 여주인공들은 청순 가련형이 많았다. 연약하고 착하기만한 여성들이 주인공을 맡아야한다는 선입견까지 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방송가에서도 강인한 여성상이 각광받고 있다.
MBC 수목극 '나도, 꽃'에서 이지아가 연기하고 있는 차봉선은 여경찰이다. 그것도 굉장히 까칠한 여순경이다. 까칠한 겉모습 뒤에 연약한 속내를 감추고 세상에 맞서는 차봉선은 그동안 시청자들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봐왔던 캐릭터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여기에 이지아의 연기력이 얹어지며 차봉선은 꽤 단단한 웰메이드 캐릭터가 됐다.
KBS2 수목극 '영광의 재인' 속 재인(박민영) 역시 당당하다. 천성이 밝고 활력이 넘치며 성품이 따뜻한 재인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짱가'처럼 달려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열혈 오지랖녀'다.
SBS월화극 '천일의 약속' 속 이서연(수애)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강한 느낌이다. 재벌2세와 사귀면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다. 이별에도 거리낌이 없어 우유부단한 지형(김래원)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KBS월화극 '브레인'속 윤지혜(최정원)는 여자라고 무시당하는 것을 못 봐 더 이 악물고 공부한 '악착녀'이고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의 백자은은 자존감의 종결자. 중증 자뻑 된장녀에 다혈질 진상녀다. 심지어 SBS 수목극 '뿌리깊은 나무' 속 궁녀 소이(신세경)도 여느 사극의 궁녀와는 다른 느낌이다. 채윤(장혁)을 따라나서기 보다는 글자를 만드는 일을 택한 것만 봐도 기존 드라마 속 궁녀와는 차이가 있다.
이같은 캐릭터들의 진화는 2011년 들어서 더욱 두드러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드라마라고 연약한 여성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적극적인 여성상을 통해 극의 재미를 높이겠다는 것. '천일의 약속'에 출연하고 있는 수애는 그동안 단아하고 조용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배우였다. 하지만 이번 '천일의 약속'에서는 예의 바르지만 똑 부러지고 할말은 다하며 쌀쌀맞기까지한 이서연을 연기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놀랄 정도의 변신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변신이 극에 더욱 재미를 준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전부터 그런 경향이 있어왔지만 올해는 더욱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이제 시청자들이 평범한 여성 캐릭터에서 재미를 찾기가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라며 "배우들 입장에서 보면 준비해야할 연기도, 감정 소비도 많기 때문에 이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연기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됐다"고 귀띔했다.
시대상도 무시할 수 없다. 여성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점차 상승하면서 드라마 속 여성도 그것에 발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성애를 발휘하는 모습이나 남자에게 사랑받기만 바라는 수동적인 여성보다는 자신의 일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며 사랑을 쟁취하는 여성상이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등장하게 됐다. 앞으로도 이같은 트렌드는 안방극장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바야흐로 '당당녀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