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의)칼날을 갈고 있죠."
지난 15일 안방에서 안양 KGC에 일격을 당한 전주 KCC가 가슴속에 날카로운 칼날 하나를 품었다. 대상은 1위팀 동부다. 19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리는 동부와의 이번 시즌 두 번째 대결에서 필승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KCC와 동부는 국내 프로농구에서 대표적인 라이벌팀이다. 늘 상위권에서 서로 만나 명승부를 펼쳐 왔다. 지난시즌 챔피언결정전 때도 6차전까지 가능 끈질긴 승부 끝에 KCC가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특히 양팀 사령탑인 KCC 허 재 감독과 동부 강동희 감독은 선수 시절 둘도 없는 찰떡 궁합을 선보였던 절친 사이. 하지만, 두 감독 모두 승부욕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코트 밖에서는 친한 선후배일지라도 코트에서는 늘 날카로운 수싸움으로 맞서왔다.
그러나, 이번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KCC가 허무한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10월21일 열린 대결에서 KCC는 3쿼터까지 54-50으로 앞선 채 마쳤다. 하지만, 마지막 4쿼터 때 동부 용병 로드 벤슨을 막지 못하는 바람에 67대73으로 지고 말았다. 때문에 허 재 감독은 이번 동부와의 일전에 필승의 칼날을 갈고 있다. 강동희 감독과의 자존심 대결도 있지만, 이번 시즌 초반 판도를 놓고 볼 때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KCC는 17일 현재, 9승6패로 4위를 기록 중이다. 1위 동부와는 무려 4경기 차이. 이전 같았으면 크게 실망할 것 없는 성적이다. 최근 세 시즌 동안 KCC는 초반에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6위 이상의 성적만 유지하면서 정규시즌은 늘 3위로 마쳤다. 그러다가 포스트시즌에서 진짜 힘을 발휘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준우승 1회의 눈부신 성적을 내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 KCC는 예전과 '눈높이'가 다르다. 허 재 감독은 전태풍과 하승진이 팀에 함께 있는 마지막 시즌에 맞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전태풍은 규정상 무조건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 하고, 하승진은 군에 입대해야 한다. 사실상 최상의 전력을 갖춘 마지막 시즌. 허 감독이 이번 시즌 목표를 크게 잡는 이유다. 그런데 초반에 1위와 승차가 너무 많이 벌어지면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19일 동부전 승리가 간절한 것이다. 이날 승리한다면 승차를 3경기로 줄일 수 있다. 시즌 초반 3경기차라면 역전 가시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KCC 이규철 사무국장은 "감독님을 비롯해 선수들이 모두 동부전에 대한 각오가 크다. 마침 지난 KGC전에 감기몸살로 부진했던 하승진도 컨디션을 회복했고, 동부는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한번 해볼 만 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