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남은 윤빛가람(21)과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택했을까.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머물고 있는 윤빛가람이 16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적에 관한 심경을 토로했다. 아무런 얘기도 없이 성남과 이적 합의<스포츠조선 11월 16일자 단독보도>한 경남 구단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서운하다. 경남을 믿었기에 선수 편에서 생각을 해줄것으로 알았다. 그리고 이적이라면 선수한테 먼저 상의를 하는게 맞다고 본다. 선수 의견도 묻지 않고 구단 합의로 결정했다. 결정이 됐으면 전화라도 줘야하는데 전화 한통도 없다.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기사로 접해서 황당하고 섭섭하다." 그러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99%가 유럽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국내 이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무조건 유럽만 생각했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경남이 선수편에 서 줬으면 좋겠다." 경남은 11월 말까지 해외구단이 일정 금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의한다면 해외 이적을 허용하기로 했다.
경남은 선수의 꿈이 해외에 있지만 그를 국내 다른 팀으로 이적시켰다. 성남의 미드필더 조재철(25)과 현금 20억원을 받고 윤빛가람을 내주는 트레이드였다. 그렇다면 경남은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경남은 16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윤빛가람을 이적시킬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요지다. 미래를 위한 준비였다. 시·도민 구단은 선수를 키우고 이를 팔아 다시 팀을 리빌딩하는 것이 운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남은 '실리'를 챙기기로 결정했다. 운명에 따랐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면서 다른 선수 영입자금까지 챙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스플릿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내년 시즌 준비가 급했다. 가장 먼저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 모두 뛰고 있는 윤빛가람이 내년 시즌 소속팀 경기에 집중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시즌 중반 이적을 해 팀에 혼동을 주는 것보다 시즌 초반부터 새로운 선수와 함께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윤빛가람과 계약이 1년 남은 상황에서 내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혹시나 이적에 실패할 경우 이적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생기기 때문에 안전을 택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 이적을 가장 우선순위로 뒀지만 해외 구단이 제시한 이적료는 경남의 기대치 이하였다. 아무리 선수가 원한다고 해도 헐값에 이적시킬 수는 없었다. 고개를 국내로 돌렸지만 일부 구단들은 선수는 내주려 하지 않고 현금 트레이드만을 원했다. 팀 전력의 핵심인 윤빛가람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시급했던 경남은 퇴짜를 놨다. 이런 와중에 거액을 푼 성남이 윤빛가람에게 관심을 보였고 트레이드 상대에 대한 조율이 시작됐다. 경남의 의지는 확고했다. 장래성이 큰 미드필더 조재철이었다. 경남의 한 관계자는 "경남은 조재철을 원했는데 성남에서는 안된다고 했다. 다른팀에서 12억~13억원을 주고 영입하려고 해도 팔지 않는 선수라고 하더라. 그래도 끝까지 조재철 카드를 고수했고 결국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고 했다. 결국 조재철의 이적료까지 환산하면 30억원 이상이 오간 매머드급 트레이드였다. 경남은 현금 20억원까지 확보해 내년 시즌 전력강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남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이적을 추진했다는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남 팬들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경남 구단의 일방적인 행보'를 질타하고 나섰다. 책임론까지 번지고 있다. 결국 윤빛가람은 재정이 열악한 도민구단 운영 정책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