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바람이 차졌다. 겨울의 문턱이다. 지난 7시즌 동안 KEPCO에는 찬바람만 불었다. 성적(5위-6위-5위-6위-6위-6위-5위)은 언제나 겨울이었다. 그러나 올시즌은 다르다. '춘삼월'이다. 아름다운 경치로 한창 무르익는다는 봄이 일찍 찾아왔다. KEPCO는 7경기를 치른 현재 5승 2패(승점 14)를 기록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올시즌 새로 지휘봉을 잡은 신춘삼 감독이 서있다. 시즌 개막 전 신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보여준 '소통의 리더십'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신 감독은 "히딩크 감독은 고정관념을 깼다. 고정된 포지션이 아닌 '멀티 플레이' 능력을 강조했다. 나와 철학이 같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배구를 읽는 눈을 서울시청 코치와 감독 시절 키웠다. 1988년 당시 미국, 프랑스, 러시아 팀들이 방한했을 때 선진 배구를 익힐 수 있었다. 외국팀들이 서울시청 체육관을 사용했기때문에 리베로 전담제, 전력 분석 등 어깨넘어로 배울 수 있었다. 지도자 생활에 엄청난 도움이 됐단다.
우여곡절의 시간도 있었다. 신 감독은 1998~1999년 홍익대 감독 시절 리베로 여오현(삼성화재)을 공격수로 기용하기도 했다. 파격적인 선수 기용에 놀란 홍익대 수뇌부는 신 감독을 경질시키기도 했다.
7년간 '야인 생활'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신 감독은 2004년 11월부터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회 위원장과 2007년부터 경기운영팀 팀장을 맡으면서 더 젊어졌다. '컴맹'을 탈출했다. 특히 스포츠 행정과 마케팅을 배웠다. 안젤코를 영입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단기간에 구심점을 가지고 팀을 이끌 뿐만 아니라 마케팅까지 생각한 신 감독의 전략이었다. 신 감독은 "예전에는 나무만 봤다면 이젠 숲을 보게 됐다"고 했다.
'믿음의 리더십'에 KEPCO 선수들이 춤을 추고 있다. 신 감독은 "안젤코를 영입할 때 주위에서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난 안젤코에게 한마디를 했다. 'I believe you, you believe me'(나는 너를 믿는다, 너도 나를 믿고 따라와라)"고 말했다.
이제 신 감독은 욕심이 난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단다. 신 감독은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서 보여줄 것이 있다. 그동안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것에서 탈피해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올시즌 반드시 이뤄보겠다"고 강조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