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65)이 터키에서 길을 잃었다.
기적은 없었다. 터키는 16일(한국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마크시미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유로2012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터키는 결국 홈에서 열린 1차전 0대3 대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1,2차전 종합전적 0대3으로 본선행이 좌절됐다.
히딩크의 마법은 터키에서 통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터키의 구세주로 지난해 8월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2002년 한-일월드컵 4강)→호주(2006년 독일월드컵 16강)→러시아(유로 2008 4강)의 마법을 기대했다. 기대와 달리 그의 터키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경기력은 예상을 밑돌았다. 급격한 세대교체로 경기내용에서 기복을 보였고, 히딩크식 압박축구는 터키와 잘 맞지 않았다. 사생활 문제로 터키 언론과 신경전도 벌였다. 첼시, 함부르크 등 빅리그 명문팀들의 러브콜이 이어지자 '터키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10월 12일 최종전 승리로 조2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히딩크 감독은 1차전 패배 후 "터키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성난 여론은 이미 그에게 등을 돌렸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2차전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터키 감독으로서 마지막 경기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며 터키와 사실상 결별을 고했다. 터키 언론은 히딩크 감독이 2차전을 치른 크로아티아 현지에서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고, 선수단과 함께 터키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관심은 그의 거취에 모아진다. 히딩크 감독은 "일단은 쉬고 싶다. 미래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생각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일단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팀을 물색하겠다는 뜻이다. 비록 터키에서 실패했지만 히딩크 감독은 여전히 매력적인 영입대상이다.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가 히딩크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러시아의 안지, 몇몇 국가대표팀들도 히딩크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대표팀을 다시 맡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떠돌았으나, 이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