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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둘리' 박진섭은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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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는 살아 있었다.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박진섭(34)은 실업축구의 명가 울산현대미포조선의 중원을 지키고 있었다. 공수 연결의 핵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스피드는 느렸다. 활동반경이 넓지도 않았다. 하지만 예전 처럼 영리하게 볼을 찼다. 상대 고양국민은행의 공격 길목을 알고 차단했다. 0-1로 뒤진 후반 10분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이도 박진섭이었다. 올초 부산 아이파크에서 버림받았던 박진섭은 현대미포조선에서 소금 같은 존재였다. '둘리'는 박진섭의 별명이다.

고려대 출신인 박진섭은 2002년 울산 현대로 프로 입단 이후 성남 일화를 거쳐 2010년까지 부산에서 뛰었다. 황선홍 감독이 지난해말 부산에서 포항으로 옮기면서 박진섭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신임 안익수 부산 감독은 이미 노장이 돼 버린 박진섭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박진섭은 인생의 갈림길에 놓였다. 선수 생활을 그만둘까 아니면 좀더 뛸까를 놓고 고민하다 고려대 시절 스승인 조민국 현대미포조선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지난 5월 현 소속팀에 합류, 두 달 동안 몸만 만들었다. 그리고 계약했고, 후반기부터 실업축구 선수로 변신했다. 박진섭이 사실상의 플레잉코치로 뛴 현대미포조선은 2011년 삼성생명 내셔널리그 페넌트레이스를 1위로 마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박진섭은 "지금은 선수에서 지도자로 변신하는 과도기이다"라며 "즐겁게 볼을 차고 있다. K-리그에서 한 번 우승해봤는데 실업축구에서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섭은 2006년 성남에서 K-리그 우승 경험이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1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국민은행과의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국민은행이 전반 40분 김영남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현대미포조선은 후반 10분 정선호가 동점골을 뽑았다. 2차전은 20일 오후 4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다. 우승팀은 1·2차전 결과 합계로 가려진다. 고양=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전적(16일)

고양국민은행 1-1 울산현대미포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