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현욱은 지난 한국시리즈와 관련해 "창피했다"고 말했다.
정현욱은 올해 좋은 기회를 놓쳤다. 홀드왕 타이틀을 따낼 수 있는 찬스가 있었지만 정규시즌 막판에 다소 흔들리는 바람에 SK 정우람에게 타이틀을 넘겨줘야 했다. 정우람이 25홀드, 정현욱은 24홀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더 아쉬운 게 있었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중인 정현욱은 15일 "홀드 타이틀을 놓친 건 어쩔 수 없다. 기회가 있는데 내가 못한 것이니까. 그런데 그것보다 한국시리즈가 아쉽다"고 말했다.
정현욱에게도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난 2002년 딱 한번 시리즈 엔트리에 올랐었지만 그때는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때도 삼성은 우승을 했지만 정현욱은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후 개인적으론 첫 우승 경험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처음부터 주요 투수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1경기에 등판해서 부진하자 그후엔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2차전때 2-0으로 앞선 8회에 등판했는데 3타자를 맞아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2안타와 볼넷 1개로 1실점했다. 후속 투수들이 막아낸 덕분에 삼성이 2대1로 승리했지만 시리즈 전반에 걸쳐 큰 고비였다. 정현욱은 한국시리즈 상황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 지 대비하지 못한 채 아무 생각 없이 던졌던 것 같다"며 웃었다.
삼성 투수진의 최고참이자 젊은 투수들에겐 든든한 기둥 같은 존재다. 정규시즌 동안 4승3패 24홀드 1세이브에 방어율 2.36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때 맏형의 역할을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은 것 같다.
역으로 생각하면, 정현욱에겐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또한번의 한국시리즈를 경험할 수 있다면 그때는 올해와 다를 거라는 각오를 새긴 정현욱이다.
오키나와=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