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 감독은 손아섭의 모습만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올시즌 3할2푼6리의 타율에 15홈런 83타점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겨서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능글맞은 성격으로 하는 행동이 귀엽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홈런을 친 다음날 양 감독의 곁에 와 조용히 외야쪽 펜스를 가리키며 씩 웃고 지나가는 식이다.
양 감독과 손아섭에게 시즌 전 약속을 했다. 타율 3할1푼5리, 타점 60개를 넘으면 명품시계를 선물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시계 중 하나를 주겠다는 뜻이었는데 언론을 통해 '새 시계를 사주겠다'는 내용으로 약속이 바뀌게 됐다. 시즌 중 "감독님의 선물을 받기 위해서라도 이 기록은 무조건 넘을 것"이라고 투지를 불태웠던 손아섭은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남겼다. "중국에라도 한 번 다녀와야 하나"라는 농담을 하는 양 감독에게 손아섭은 "감독님, 그 브랜드 아시죠. 가격이 얼마라던데"라고 말하며 부담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양 감독이 손아섭을 위해 통크게 지갑을 열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마무리훈련 지휘에 한창인 양 감독은 "지난 주 백화점에 들러 시계를 샀다. 가격은 밝힐 수 없지만 아섭이가 원하는 B 브랜드에서 젊은 취향에 맞는 시계를 골랐으니 마음에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사실 오는 30일 열리는 팀 납회식 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선물을 주며 티를 내려고 했는데 그러면 아섭이가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아 며칠 안에 주려고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소식을 들은 손아섭의 기분은 어떨까. "정말로 감독님께서 내 시계를 사셨나"라며 놀란 표정을 지은 손아섭은 "일단 감독님께서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신 것에 대해 기분이 너무 좋다. 어떤 시계일지도 매우 궁금하다. 이번 겨울 동안 열심히 준비해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라고 주시는 걸로 알고 은혜에 꼭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