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 후배 투수 윤석민(KIA)과 류현진(한화)을 향한 추신수(클리블랜드)의 진심어린 조언이다.
추신수는 14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진출 목표를 품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한가지를 강조했다. 영어를 통한 소통이다. 그는 "야구로는 워낙 좋은 선수들임이 틀림없다. 다만 딱 한가지만 준비를 하고 갔으면 좋겠다. 갈 마음이 있다면 미리 영어를 배우고 갔으면 싶다. 통역이 있겠지만 통역을 통한 의사소통은 한계가 있다. 동료들과 소통에 있어서도 통역을 통하는 것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통역을 거치면 비밀이 없으니까…. 야구야 어차피 같은 야구 아니겠느냐"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시애틀 시절 마이너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가며 빅리그 최고 외야수로 성장한 추신수다. 성공의 배경에는 야구 뿐 아니라 소통을 위한 노력이 분명 녹아있다. 문화적 차이에 인종차별적 요소까지 있는 험난한 마이너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운 영어가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우 에이스 류현진과 윤석민이 수년 내 숙원인 미국 진출에 성공한다면 메이저리그에 직행할 확률이 높다. 즉시 선발감으로의 스카우트 작업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적 책임이 강조되는 빅리그의 경우 소통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누구도(심지어 코칭스태프조차) 세세하게 간섭하지 않는 시스템 속에 자칫 섬처럼 덩그라니 '방치 아닌 방치'될 수 있다. 특히 투수의 경우 의사소통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경기 중 포수, 코칭스태프와 정확한 소통을 해야한다. 메이저리그는 2월 초 스프링캠프를 시작으로 금세 시범경기를 거쳐 시즌에 돌입한다. 직접 대화가 없다면 새로운 문화에 녹아들 기회도, 동료와 친해질 시간도 부족하다. 이질적 다문화의 집합체인 미국은 '멜팅팟(Melting pot-인종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동화되는 현상이나 장소)'이란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통합을 이야기한다. 메이저리거도 마찬가지다. 완전치 않더라도 영어로 직접 대화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코리언 특급 투수들에게 호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클럽하우스 생활이 편해지고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야구적인 측면의 조언에는 보다 신중했다. 자신과 다른 투수인데다 두 투수가 워낙 국·내외적으로 이미 능력을 검증받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공도 빠르고 제구도 좋은 투수들 아니냐. 다만 한국타자들과 다른 점은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홈런을 칠 수 있는 힘이 있어 빗맞아도 장타를 허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트라이크존도 조금 다르다. 코너를 잘 안 잡아주는데 특히 몸쪽이 그렇다. 미국야구는 힘으로 하는 것 같아도 오히려 더 세밀한 측면이 있다. 몸관리 측면에도 한국과는 달리 본인 스스로 하게끔하는 프로정신이 더 강조될 것"이라며 차이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윤석민과 류현진은 '보라스 사단'에 합류하면서 선배 추신수와 같은 에이전트사 소속 식구가 됐다. 성공한 메이저리거 선배의 땀방울이 흠뻑 배인 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 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 첫 빅리그 직행사례가 될 가능성이 큰 두 투수이기에 반드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충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