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임창용은 "돈 많이 벌게 되면서 성적 나빠지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고 강조했다.
임창용이 아쉬운 한시즌을 접었다. 12일 밤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는 임창용과 국제전화 인터뷰를 했다.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그는 "후쿠가와, 이시카와, 미야모토 같은 야쿠르트의 친한 동료들과 골프도 치면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달말쯤 한국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야쿠르트는 시즌 중후반까지만 해도 센트럴리그 우승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시즌 막판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주니치에게 덜미를 잡혔고 리그 2위에 그쳤다. 포스트시즌에선 요미우리와의 첫번째 스테이지에서 승리했으나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주니치의 벽을 넘지 못해 재팬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임창용의 올시즌 성적은 65경기에서 4승2패 32세이브에 방어율 2.17. 62⅓이닝 동안 탈삼진 69개, 피홈런 2개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는 4개였다. 센트럴리그 세이브 순위는 5위였다.
▶오가와 준지 감독 "미안했다"
임창용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33세이브-28세이브-35세이브-32세이브를 기록했다. 올해의 32세이브도 절대 나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야구팬들 정서를 살펴보면 '아쉽다'는 의견이 꽤 많다.
작년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5세이브에 방어율 1.46을 기록했는데 블론세이브가 없었다. 게다가 올해 임창용은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전반적으로 느려진 것처럼 보였다. 작년까지는 시속 150~155㎞ 직구가 수시로 나왔지만 올시즌엔 150㎞를 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팬들은 '임창용도 이제 힘 빠진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였다.
임창용은 웃으며 "힘 빠진 것 없다. 물론 나이 한살 많아질수록 힘든 것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마치고 감독님이 나에게 '미안하다. 이번에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해주셨다"고 밝혔다.
▶'미안하다'의 의미
임창용이 일본 진출후 60이닝 넘게 던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센트럴리그 세이브 1위(41세이브)인 한신의 후지카와 규지는 51이닝, 2위(37세이브)인 주니치의 이와세 히토키는 48⅔이닝을 던졌다. 임창용보다 10이닝 이상 적었다.
올해 일본프로야구는 대지진 여파로 인해 개막이 늦어졌다. 또한 전력난 때문에 경기시간이 3시간30분을 초과할 경우 뉴이닝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이러다보니 임창용은 예년 같으면 등판하지 않았을 시점에 많이 나왔다. 예를 들면 홈게임때 2-3으로 뒤진 9회초에도 등판할 가능성이 생겼던 것이다. 시간 제한이 있으니 일단 막고 봐야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야쿠르트 오가와 준지 감독이 올해 취임 첫해이다보니 의욕적으로 임창용을 기용한 것도 사실이다. 임창용은 "세이브 요건이 아닐 때도 많이 던졌다. 솔직히 그런 면이 약간 힘들었다.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면서 다시 웃었다.
▶팔 스윙과 진구구장 스피드건
지난 10월말 김성근 전 SK 감독이 도쿄에서 임창용과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임창용의 설명이다. "그때 감독님이 내 경기 모습을 보시더니 '폼이 예년보다 작아졌다. 팔이 뒤에서 원을 그리지 못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감독님이 보시는 동안에는 잘 던졌다. 한국으로 가시고 나서 잠시 안 좋다가 다시 괜찮아졌다." 작년과 비교해 힘든 등판 상황이 잦아지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팔 스윙이 움츠러들었을 수 있다.
그리고 임창용은 포심패스트볼 구속과 관련해 설명했다. "올해 진구구장의 스피드건이 교체됐다. 내가 봐선 공이 좋은데, 155㎞ 정도 찍힐 것 같을 때도 이상하게 스피드가 낮게 나왔다. 용을 써봐도 안 되더라"고 말했다.
진구구장의 스피드건 교체로 인한 측정 구속 감소 현상은 올시즌 중반 현지에서도 나왔던 얘기다. 임창용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공을 던진 건 아니었던 셈이다.
▶몸값 하고 싶었다
작년말 임창용은 원소속팀 야쿠르트와 최대 3년간 15억엔의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가 첫시즌이었다. "대박 계약이 본인도 모르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쳐 첫해에 투수 임창용의 집중력이 약간 흐트러진 것은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임창용은 "오히려 신경을 많이 썼다. 나에겐 올해가 내년보다 중요했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서 첫해에 성적이 나쁜 경우를 많이 봤다. 나는 그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만이라도 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겨울 캠프에서도 열심히 했다. 장기계약 첫해에 퍼져버리면 한국선수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질 것 아닌가. 그런 이미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마디로 '먹튀'처럼 보이는 게 싫었다는 얘기다.
2011시즌의 임창용은 분명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불안한 피칭이 자주 나온 편이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보여지듯 '잘 못했다'고 평가받을 만큼은 절대 아니었다.
역대 일본 진출 선수 가운데 극심한 슬럼프 없이 진출 첫해부터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유일한 케이스다. 임창용은 "팬들께서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실망도 크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