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FA(자유계약선수)시장이 풍년이다.
무려 3명이 권리를 행사했다. 삼성 진갑용과 LG 조인성, 한화 신경현이 그 주인공이다. 신경현은 신규로 자격을 취득했고, 진갑용 조인성은 한차례 FA 계약 뒤 4년 만에 맞은 재자격이다. 셋 모두 메리트가 있다. 8개 구단 어디에 가도 즉시 주전 마스크를 쓸 수 있는 각 팀의 주전포수다. 최근 믿음직스러운 포수 자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세 명이나 FA 시장에 나와 군침을 흘릴 만한 조건이 됐다.
하지만 FA 이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진갑용과 조인성은 각각 74년생과 75년생으로 내년이면 만으로 38세, 37세가 된다. 포수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오랜 선수생활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느새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았다. 처음으로 FA 자격을 취득한 신경현 역시 조인성과 동갑이다.
게다가 셋 모두 팀에서 재계약 방침을 세워놓은 상황. 진갑용은 올시즌 112경기에 나서 2할7푼3리 타율에 10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3년보다 많은 경기를 뛰었다. 체력적인 문제는 노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노련한 리드로 삼성 투수진을 이끌며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제패의 일등공신이 됐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역시 진갑용이다. 진갑용이 앉아있어 마음이 놓인다"며 그에 대해 노골적인 칭찬을 하곤 한다. 진갑용의 리드는 8개 구단 포수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잔부상이 있지만, 종종 백업포수를 출전시키면 풀타임이 충분히 가능하다. 올해 그 사실을 증명해내기도 했다. 삼성이 아닌 다른 팀에서 뛰는 진갑용을 보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조인성의 원소속구단인 LG 역시 재계약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조인성을 대체할 자원이 없다. 백업포수인 심광호와 김태군은 풀타임을 뛰기엔 자질이 부족한 게 사실. 지난해 신인 유강남과 올해 1라운드에서 지명한 조윤준이 있지만, 어찌 됐든 조인성의 뒤를 대비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조인성이 1~2년 간은 더 주전 마스크를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만큼 내부 기류가 좋진 않다. 쓸 돈은 쓰겠다는 입장이지만, 과거처럼 퍼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노출하고 있다. LG 백순길 단장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철저한 시장 평가에 따라 금액을 책정할 것"이라며 "우리 팀 선수라고 더 퍼주고 이런 건 없다. 우리가 책정한 금액보다 터무니없이 높을 경우 FA계약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기에 2007년 말 첫 FA 때 받은 4년 34억 가량의 거액은 받기 힘들어 보인다. 구단과 협상이 틀어질 경우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98년 데뷔 때부터 한화 유니폼만을 입어온 신경현은 재계약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백업포수 이희근의 군입대가 결정되어 있다. 박노민과 나성용은 아직 주전 마스크를 쓸 재목은 아니다. 신경현이 빠진다면 한화는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게 뻔하다. 또한 한화는 과거부터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우하는 대표적인 구단이다. 한화에서만 14년을 뛴 신경현에게 적절한 대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포수 육성은 쉽지 않다. 8개 구단 주전포수 중 가장 젊은 선수는 26세의 강민호다. 강민호 역시 최기문의 부상 공백 때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세 명의 FA 포수 모두 30대 후반의 노장이지만, 금액만 맞으면 또다시 원 소속구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