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은 득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단순한 점수 뿐만 아니라 심리적 부분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1점을 벌리면서 경기를 한다는 것은 선수들이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경기 전부터 구상했던 것을 차근차근 풀어가게 만든다. 개인적인 성취 뿐만 아니라 팀 경기 운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때문에 누구나 선제골의 중요성을 말한다. 지도자나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밝히는 각오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선제골'의 중요성 대한 언급이다. 그러나 수없이 이어지는 상대 견제를 뚫고 가장 먼저 골망을 출렁이게 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반환점을 돈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이 꿈을 가장 많이 실현시킨 선수는 조광래호의 '캡틴' 박주영(26·아스널)이다. 레바논전에서는 경기시작 8분만에 골망을 갈라 6대0 대승을 이끌었고, 쿠웨이트전에서도 선제골을 넣는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UAE(아랍에미리트)전에서도 선제골은 박주영의 몫이었다. 3차예선 3경기서 모두 선제골을 넣은 것은 박주영 뿐이다. 박주영의 활약 덕택에 한국은 3경기서 승점 7을 따내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 공헌도로 따지면 박주영의 활약은 10점 만점에 10점이다. 박주영은 3경기서 5골을 터뜨려 3차예선 득점랭킹에서도 맨 윗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박주영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은 호주의 간판 공격수 조슈아 케네디(29·나고야)다. 박주영을 가장 위협할 만한 선수다. 한국이 최종예선에 올라 호주를 만나게 될 경우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이기도 하다. 태국 사우디 오만을 차례로 상대한 3차예선 3경기서 모두 골맛을 봤다. 3경기 중 2경기서 선제골을 터뜨렸고, 현재까지 4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케네디는 일본 J-리그에서 네덜란드 출신 일본 귀화 공격수 마이크 하베나르(24·고후)와 함께 17골로 득점 공동 선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편입한 뒤 두 번째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치르는 호주 선수 중 가장 아시아 무대에 익숙하다. 1m94의 큰 키를 앞세운 타점 높은 헤딩과 유연한 움직임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본의 오카자키 신지(24·슈투트가르트)는 3차예선 3경기서 3골을 터뜨리면서 3위, 이란의 하디 아길리(30·알 아라비)는 2골로 4위다. 두 선수 모두 1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었으나, 최근 컨디션과 경험 면에서 따져보면 박주영과 케네디에 비해서는 한 수 아래라는 평가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