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후예' '환희 보이즈' '하지원의 아이돌' 이란 수식어가 쏟아지고 있다. 가수 혹은 배우로서 연예계에서 입지를 굳힌 대형 스타들이 제작자로 변신, 자신들의 후배를 직접 양성하고 있는 것. 이는 종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신기류다. '2세 아이돌' 열풍, 과연 득일까 실일까?
▶ '2세 아이돌'은 누구?
'2세 아이돌' 열풍의 시초는 엠블랙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이들은 한류 스타 비가 직접 발굴, 양성, 제작까지 한 아이돌로 알려져 데뷔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이후 잠잠했던 열풍은 신화 앤디가 만들어낸 틴탑을 통해 재점화됐다. 이후 '조PD의 아이돌' 블락비가 대한민국 최초 힙합 아이돌의 탄생을 알렸고, 지난달에는 환희가 키운 5인조 보이그룹 마이네임과 하지원이 응원하는 5인조 보이그룹 더블에이(AA)가 데뷔했다. 또 지난 1일에는 DJ DOC 김창렬이 데뷔 17년 만에 제작자로 변신, 4인조 혼성그룹 위(We)를 출범시켰다.
▶ 반응은? 부작용은 없나?
'2세 아이돌'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역시'라고 실력을 인정해주는 쪽이 있는가 하면, '짝퉁'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분명한 위험 요소다. 특별한 개성을 찾지 못하면 자신들을 길러낸 제작자의 그늘에서 벗어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엠블랙 역시 '비의 아역' '비의 후예'라는 수식어를 달고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발표하는 노래마다 '비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이들은 데뷔 2년 여 만에 '모나리자'를 발표하고 나서야 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데 완벽 성공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위험 요소는 연예인 제작자는 아무래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
한 관계자는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더 '노래로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다.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달가워하지 않고, 자신의 인맥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도 기피한다. 신인그룹은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한데, 노래가 아닌 다른 방면에서 이슈가 되는것을 싫어하다보니 홍보가 어렵다"고 전했다.
'2세 아이돌'과 회사 스태프간의 마찰도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의 연예인 제작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다보니, '2세 아이돌' 역시 스태프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
관계자는 "스태프와 아티스트 간에 마찰이 생겼을 때, 무조건 아티스트의 편을 들기 때문에 스태프에게는 발언 기회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을 통제하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토로했다.
'괴리감' 역시 리스크를 안긴다. 대중은 제작자로 나선 스타의 유명세를 보고 다른 신인들에 비해 큰 기대 심리를 갖게 되지만, 기대치를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엔 고스란히 비난이 돌아온다. 낯선 반응에 갓 데뷔한 '2세 아이돌'은 물론 자신만만했던 스타도 자신감을 잃게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 그런데도 왜 '2세 아이돌' 만들까?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음에도 스타들은 자신들의 '후예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그들은 왜 도전을 감행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음악적 열정'에 기인한다.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는 것. 2009년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했던 마야는 "나 역시 6년 동안 데뷔를 준비했다. 누군가 끌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렇게 헤메지 않았을 것 같다. 색깔 있는 레이블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도 스타 제작자는 매력적인 존재다. 우선 아티스트와의 조율이 쉬워진다. 김창렬은 "아무래도 나 역시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빨리 캐치하고, 대중이 원하는 것과의 접점을 조율하기가 쉽다. 또 내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도 있어서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따로 홍보 수단을 고민하지 않아도 스타의 유명세에 기대어 자연스럽게 브렌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스타가 뒤에 있으면 방송 섭외부터 바이럴 마케팅까지 모든 것이 쉬워진다. 유명한 스타와 함께 출연하는 조건이라면 프로그램 섭외 순위도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이정혁 기자 ·백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