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KIA)이 메이저리그의 꿈을 밝혔다. 구단이 동의한다면 빅리그에 도전해볼 수 있다.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윤석민이 간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일단 자격이 있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르면 '국내리그에서 7시즌의 조건을 채운 선수'가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다. 단, 구단이 동의를 해야 한다. 물론 9시즌을 채운 FA는 마음대로 나갈 수 있다.
윤석민은 7시즌을 채웠다. 해외 스카우트의 눈길을 끌고 있는 류현진(한화)은 6시즌을 뛰었다. 내년이 지나야 해외진출권이 주어진다.
구단과 합의하면, 진출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런데 일본과 미국이 다르다. 일본으로 갈 경우는 구단간의 임대형식을 취한다. 미국은 포스팅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나중에라도 윤석민이 밟아야 되는 절차다.
▶포스팅시스템이란?
가장 높은 이적료를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에게 우선협상권을 주는 공개입찰제도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KBO에 해당선수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해외진출에 문제가 없다는 답을 얻으면, 사무국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해당선수를 공시한다. 관심이 있는 구단은 공시일로부터 4일 동안 입찰액을 써내게 된다. 이 중 최고액 구단이 30일간 독점교섭권을 갖는다.
포스팅시스템은 97년 12월 LG가 보스턴과 이상훈의 임대계약을 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생겼다. 당시 보스턴은 2년간 임대료 250만달러, 연봉 250만달러를 제시했다. 이에 타구단들이 공정한 경쟁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 이 제도가 탄생했다.
하지만 정작 포스팅시스템이 실시되자 실망스런 결과가 나왔다. 최고액은 보스턴의 60만달러에 불과했다. 기대치에 못미치자, LG와 이상훈은 방향을 일본의 주니치로 바꾸었다.
▶누가 거쳤나
이상훈 이후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한 선수는 3명이다. 그중 2009년 최향남만이 미국 땅을 밟았다.
2002년 2월, 두산에서 뛰던 진필중이 포스팅에 나섰다. 결과는 참패였다. 어느 구단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진필중은 그해 12월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고액이 2만5000달러에 그쳤다.
같은 시기에 임창용(당시 삼성)도 의사를 타진해봤다. 그나마 진필중보다 많은 65만달러의 입찰액이 나왔다. 하지만 임창용을 유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둘은 미국행을 포기했다.
가장 최근인 2009년 1월에는 풍운아 최향남(당시 롯데)이 '아름다운 도전'을 했다. 접수된 최고 입찰액은 고작 101달러. 세인트루이스의 제시액이었다. 최향남은 도전을 택했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서보지 못했다.
이처럼 그동안 포스팅시스템에서 한국선수들은 푸대접을 받아왔다. 반면 일본의 이치로는 2001년 약 1300만달러(시애틀), 마쓰자카와 이가와는 2007년 각각 5111만달러(보스턴)와 2600만달러(양키스)의 입찰액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전망은
윤석민이 간다면, 그동안과는 다른 대접을 받을 게 확실하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의 한국야구를 보는 시선이 그만큼 달라졌다.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한국야구의 위상이 높아진 덕분이다. 이미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이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관심이 크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포스팅에 나선다면, 최소 수백만 달러 정도를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KIA가 보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