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진짜 박주영'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5일(한국시각) 웨스트브로미치와의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박주영(26)에 대해 언급했다. 2일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F조 4차전에 선발출전했으나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그라운드를 빠져 나온 박주영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벵거 감독은 "박주영이 마르세유전에서 부진했던 것은 긴장했던 탓"이라면서 "그는 팀에 잘 적응하고 있고, 도움이 될 만한 선수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도 박주영에게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전반전에 로빈 판 페르시와 토마스 베르마엘렌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후반 중반까지 2골차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안방에서 갖는 경기여서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충분히 박주영을 선 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벵거 감독은 토마스 로시츠키를 시작으로 요시 베나윤, 안드레이 아르샤빈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투입하면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아스널은 미겔 아르테타의 마무리 골까지 보태 3대0 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박주영에게 정작 호평은 내리면서도 실전에는 투입하지 않는 애매한 모습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지난 두 달여 간의 기억이 벵거 감독을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박주영이 기회를 부여 받은 것은 슈르스버리전(칼링컵 32강), 볼턴전(칼링컵 16강)과 마르세유전까지 3차례다. 이중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볼턴전에서만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을 뿐, 나머지 두 경기서는 선발로 나서 후반 교체아웃 됐다. 2번의 칼링컵 출전에서는 좋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EPL에서의 활약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부진했다. 박주영이 프랑스 리그1에서 세 시즌 간을 보내면서 쌓은 기량을 마르세유전에서 보여주길 기대했으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주영을 판 페르시나 제르비뉴의 대체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벵거 감독 입장에서는 분명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결국 박주영은 당분간 EPL 데뷔보다는 칼링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판 페르시가 리그에서 절정의 감각을 뽐내고 있고, 제르비뉴도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직후부터 선발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제르비뉴가 내년 1월 가봉-적도기니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코트디부아르 대표로 출전해 생기는 공백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박주영보다 아르샤빈이나 안드레 산토스가 메우게 될 것이 유력하다. 판 페르시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EPL에서의 아스널 원톱 자리도 박주영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박주영이 칼링컵이나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민첩성이나 위치선정, 골 결정력을 증명한다면, 벵거 감독의 구상은 달라질 수도 있다.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