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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코리안더비' 박지성 "지동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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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20·선덜랜드)은 지난 7월 선덜랜드행을 앞두고 전남 광양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나고 싶은 선수로 서슴없이 맨유의 리오 퍼디낸드, 네마냐 비디치를 위시한 '명품' 포백 조합을 언급했다. "긴장은 되겠지만 어느 정도 레벨인지 직접 맞붙어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공격수로는 웨인 루니를 보고 싶다"고도 했었다. 유독 맨유 선수들만 언급하느냐는 질문엔 "맨유에 좋은 선수가 많고 축구를 잘하기 때문"이라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그리고 불과 4달 뒤, 지동원은 '꿈의 구장' 올드트래포드에 섰다. 5일 자정 맨유전에서 올시즌 최장시간 88분을 뛰었다. 기회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전반 2분, 선발출전한 위컴이 부상으로 실려나가며, 전반 5분 지동원이 그라운드에 나섰다. '존경하는 선배' 박지성은 물론 꼭 한번 붙어보고 싶던 퍼디낸드, 비디치, 보고 싶었던 루니를 한꺼번에 만났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동원은 많이 아쉬워 했다. 볼턴전, 애스턴빌라전에 연속결장한 후 몸도 풀지 못한 채 경기장에 나섰다. "짧게 뛰다가 오늘 갑자기 오래 뛰어서 많이 힘들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몸이 풀렸다"고 자평했다. 기대했던 퍼디낸드, 비디치와의 맞대결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꼭 상대해보고 싶었고, 이겨보고 싶었는데 공중볼에서 많이 진 것 같다. 좀 더 잘해야 한다. 몸싸움뿐만 아니라 (점프) 타이밍 같은 것도 차이가 많이 났다. 경기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다"며 아쉬움을 줄줄이 토로했다. '선배' 박지성, '보고싶던 공격수' 루니와의 만남에는 오히려 담담했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경기에 집중하고 팀에 충실하느라 별 느낌이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실감이 '조금' 났다"고 했다. 앞뒤 좌우 돌아볼 틈 없이 매순간 경기에만 몰입한 탓이다.

한편 이날 맨유의 중심에 선 '센트럴 팍' 박지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후배 지동원을 향한 애정어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퍼디낸드와의 공중볼 경합에 밀려 우울해 한다'는 말에 "위로를 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동원이는) 경기를 잘했다. 첫 시즌에 올드트래포드에서 경기하는 것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로 자신감 있게 경기를 펼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동원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당찬 후배의 미래를 낙관했다. "충고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하고 있다. 선수들도 좋은 선수라고 평가한다. 좋은 자질을 지닌 만큼 앞으로 얼마나 경기장에서 보여주느냐, 그리고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어린 선수인 만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로 힘을 실어줬다.

지동원은 맨유전 직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아랍에미리트(UAE, 11일)-레바논전(15일)을 위해 두바이행 비행기에 오른다. '태극전사' 지동원에게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경기 전 건넨 짧은 조언은 "경기 마치고 대표팀 가야 되는데 '다치지 말고 잘하라'"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맨체스터=민상기 chosuntiger@gmail.com 이아름 통신원 rrworld@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