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보다는 마무리훈련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LG는 6일부터 진주에서 마무리캠프를 차렸다. 주전급 상당수는 구리에 남았지만, 젊은 선수들은 대부분 진주로 이동했다. 하지만 LG 임찬규는 아직 진주로 향하지 않았다. 7일로 예정된 2011시즌 최우수선수(MVP) 및 최우수신인선수 시상식 참석 때문이다.
임찬규는 2007년 임태훈(두산) 이후 4년 만에 순수 신인왕에 도전한다. 2008년부터 3년 동안 신인왕은 중고 신인의 몫이었다. 국내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신인이 데뷔 첫 해부터 1군에서 뛰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상위 라운드 지명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얼굴을 비추는 경우도 대부분 대졸 신인이었다. 고졸 신인의 경우 기본비 부족으로 2군에서 한참 담금질을 거친 뒤에야 1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임찬규는 첫 해부터 풀타임 1군 선수가 됐다. 2011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그는 65경기서 82⅔이닝을 던지며 9승6패 7세이브에 방어율 4.46을 기록했다. 순수 신인 중 단연 눈에 띄는 기록이다. 결국 삼성 배영섭과 함께 신인왕 후보 2인에 선정됐다.
임찬규는 요즘 구리와 잠실을 오가며 러닝과 기초체력 보강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임찬규는 시상식 참석으로 진주행이 미뤄진 데 대해 "시상식에 초대받은 것 만으로도 기쁘다. 가서 열심히 선배들을 축하해주겠다"며 웃었다. 신인왕에 대한 미련은 진작에 털어낸 듯 했다. 그는 "후보 2인에 든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2명으로 압축된 후보에 뽑아주신 것 자체가 날 인정해주신 것 아닌가"라며 "어쨌든 내가 실력이 부족했다. (배)영섭이형이 워낙 잘하지 않았나. 지금 나에겐 내년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임찬규는 다사다난했던 올시즌을 회상하며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풀타임 1군 투수로 뛴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단 한차례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지만 부침이 심했다. 지난 6월8일 잠실 한화전서 보크 오심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6월17일 잠실 SK전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4연속 볼넷으로 자멸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그때 성적으로는 2군에 내려가야 했고, 나조차도 2군에 내려가고 싶은 때가 많았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님은 내가 1군에서 이겨내길 원하셨다. 10승 기회도 많이 주셨는데 정말 많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씩씩함은 여전했다. 임찬규는 "모두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었다. 내 가슴에 단단히 박혔다"며 "더 힘든 일이 오더라도 이겨낼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7일 시상식 직후 진주로 이동한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내년 목표 역시 풀타임이다. 더 나아가서 선발로도 뛰고 싶다. 올겨울 열심히 훈련해 김기태 감독님과 새로운 코칭스태프께 더 나아진 모습으로 어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