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클리블랜드 추신수가 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2년 연속 풀타임 출전 20홈런-20도루에 타율 3할을 기록하고 금의환향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 입국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올 시즌 왼쪽 엄지손가락 골절상과 음주운전 파문 등으로 인해 시즌 성적(85경기 313타수 81안타, 타율 2할5푼9리, 8홈런, 12도루)이 곤두박칠 치자 조용히 입국해 내년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날 입국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매년 그렇지만, 고국에 오면 늘 설렌다. 3~4년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올해 별로 해놓은 게 없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오니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다 있는데, 올해가 바로 그런 해였다. (여러 일을 통해)배운 것도 많았다"며 올 시즌을 돌아본 추신수는 "많은 팬여러분이 기대를 해줬는데,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법정에까지 서게 된 일에 대한 사과였다.
이날 귀국한 추신수는 고향인 부산에 머물며 조용히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다. 이달 중순에는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 추신수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팀의 주축타자로 금메달을 일궈내면서 병역 특례혜택을 받았다. 때문에 4주 기초 군사훈련만 받으면 병역이 면제된다. 추신수는 "한국 남자로서 누구나 가야 하는 곳이 군데인데, 특혜를 받아 부끄럽다. 남들 2년가는 거 4주만 가니까 그 안에서 잘 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올해 추신수는 왼손 엄지손가락과 옆구리 부상으로 크게 고생했다. 지난 6월25일에는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상대 투수의 공에 맞아 왼손 엄지가 부러졌고, 여기에서 회복한 이후 8월28일에는 시애틀과전 도중 옆구리에 통증이 발생했다. 이 부상들로 인해 추신수는 올해 두 차례나 부상자명단(DL)에 올라야 했다. 그러나 현재는 부상 부위가 모두 치료된 상태다. 추신수는 "엄지 손가락은 수술을 해서 아직 100%는 아니다. 그래도 운동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옆구리는 부상초기에는 웃기만 해도 통증이 있을 정도로 아프고, 일상 생활도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활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추신수가 국내에서 몸을 만드는 동안 미국에서는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내년 시즌 연봉 계약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은 추신수는 397만5000달러를 받았는데, 올해도 같은 자격이 있다. 비록 올해 성적은 저조했으나 연봉이 삭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통 메이저리그에서 연봉조정자격과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연봉이 삭감되는 일은 거의 없다. 추신수는 "지금은 에이전트가 바쁠 시기라 재계약에 관한 이야기는 못 들었다. 내년 1월쯤 협상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