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는 막장으로 평가되는 일이 현실에서는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는다니…."
얽히고설킨 가족사는 언제나 안방극장의 단골 메뉴로 등장해 때론 막장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MBC 저녁 일일극 '불굴의 며느리'가 또 하나의 충격 사례를 선보여 안방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바로 예비사돈끼리 결혼을 하려고 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 때문이다.
만월당 12대 종부 차혜자(김보연)가 노신사 바리스타 장석남(이영하)과 재혼을 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이들의 딸 김연정(이하늬)과 아들 장비(이승효)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는 것. 김연정과 장비도 결혼을 결심한 상황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네 사람은 충격에 빠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커플이 서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커플 모두 결혼에 골인하는데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민법에서는 혼인 금지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809조 등에 따르면 가까운 혈족(일종의 피를 나눈 사이)과 인척 또는 인척 관계에 있었던 사람끼리는 결혼을 할 수 없다. 그 가운데 인척은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굴의 며느리'에서 차혜자-장석남 커플과 김연정-장비 커플이 각각 결혼을 하는 데 문제가 없게 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드라마의 사례는 인척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과 결혼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우리의 고정한 변호사도 "부모들과 자녀들끼리 결혼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차혜자와 장석남 커플이 결혼을 했다고 가정할 때 김연정은 혈족인 차혜자의 배우자 장석남의 혈족인 장비와 결혼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식들이 먼저 결혼을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임성한 작가의 '보고 또 보고' 이후 자주 등장했던 겹사돈의 경우도 이와 같은 논리다.
과거에는 법률적으로 겹사돈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1990년 민법 개정으로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이 인척에서 제외되면서 결혼이 가능하게 됐다.
드라마 '하늘이시여'와 현재 방영 중인 MBC 주말극 '천번의 입맞춤'에서처럼 친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이 때문에 가능하다.
결국 현실에서도 막장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정서상 아직까지 이 같은 설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드라마는 과연 어떤 결말을 선보일 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