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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사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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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번복됐다. IBK기업은행이 꼬리를 내렸다.

지난 9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이후 IBK기업은행 측은 레프트 박정아(18)의 대표팀 차출을 거부해왔다. 이춘표 대한배구협회 전무이사와 윤재섭 IBK기업은행 부단장이 신경전을 펼쳤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IBK기업은행은 월드컵(11월4~18일·일본)을 대비한 대표팀 소집일이었던 지난 30일까지 박정아를 보내주지 않았다. 뿔이 난 협회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협회는 31일 상무이사회를 열어 대표팀 소집에 불응한 박정아에게 2가지 중징계를 내렸다. ▶향후 1년간 국가대표 선발 제외 ▶한국배구연맹(KOVO)에 4주간 V-리그 출전정지 요청이었다. '도미노 현상'이 우려됐다. 형평성을 따지는 다른 구단들이 '우리 선수도 대표팀에서 빼달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일게 뻔했다. 예상보다 일이 커지자 IBK기업은행은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다. 박정아의 대표 차출에 응하기로 한 것이다. 협회도 화를 풀고 중징계 철회의 뜻을 밝히면서 박정아 사태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웃고 지나쳐선 안된다. 그동안 대표 차출 마찰은 악성 고질과도 같았다. 중병을 앓았다. 4년 전 악몽을 되새겨야 한다. 한국 여자배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부진은 대회 전부터 예상됐다.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 황연주(현대건설) 한송이 정대영(이상 GS칼텍스) 등 주전 멤버들이 2007~2008시즌이 끝난 뒤 부상과 수술 등을 이유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결국 이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이정철 전 대표팀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구단의 이기주의가 대표팀 운영에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국제대회에 대한 인식 부족이 가져온 현실이었다. 국내 리그를 활성화시키고자 한다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그래야 팬들이 관심을 갖는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 여자배구의 높인 인기가 좋은 예다. 하지만 국내 배구계에는 구단의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대표팀에 선수를 주지 않으려 한다. 어쩔 수없이 협회는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다. 애꿎은 선수만 다치는 꼴이다. 이번 일로 협회-KOVO와의 연계성도 중요해졌다.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경우, 선수들은 자신의 병원 진단서 치료기간의 2배수에 해당하는 기간에 출전할 수 없다. 그동안 협회의 솜방망이 처벌에 두려워하지 않던 프로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