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은 20년 만에 투수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다관왕을 차지했다고 해서 MVP가 되야한다는 주장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 성적보다 팀에 대한 공헌도를 더욱 따져야 한다. 결국 야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성적을 올린다 해도 팀이 꼴찌를 한다면 그 성적은 가치를 잃게 된다. 류중일 감독은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은 모두 오승환 덕분"이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한다. 물론 윤석민도 훌륭한 투구로 팀을 정규시즌 3위로 이끌었다. 하지만 3위와 1위는 엄연히 다르다. 우승 프리미엄이 당연히 붙어야 한다.
또 하나, 오승환이 세운 기록도 타이틀 수가 부족할 뿐이지 엄밀히 보면 윤석민에 처지지 않는다. 윤석민이 4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발투수이기 때문. 시스템상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게 이런 타이틀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오직 세이브 기록만으로 기록을 평가해야 한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부상 악몽을 털고 올해 1승47세이브 방어율 0.63을 기록했다. 아쉽게도 자신이 지난 2006년 세운 아시아 세이브 신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하지만 놀라운 기록임에는 틀림없다. 윤석민의 다승기록과 직접 비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적어도 '슈퍼 에이스'로 대접 받을 수 있는 기준인 20승은 해야 오승환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마무리 투수로서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냈다는 것도 후한 점수를 받을 요소다. 선발투수는 자신이 등판하는 1경기만 책임지면 된다. 등판 후 4~5일 정도를 쉬며 다음 경기를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다르다. 매 경기 언제 등판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 속에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체력적인 문제를 떠나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그리고 이번 MVP 투표와 시상은 오는 7일 실시된다. 오승환이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 두 팔을 치켜 올리며 환호한 순간이 생생할 시점이다. 물론 정규시즌 MVP를 뽑는 자리지만 한국시리즈에서의 좋은 인상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