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2, 6대1, 5대3…. 야구 스코어가 아니다.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나온 스코어다.
EPL에 골풍년이 불고 있다. 지난 주말 열린 10라운드 경기에서만 무려 35골이 터졌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경기당 무려 3.5번의 함성을 지른 셈이다. 상위권과 하위권팀간의 경기 뿐만 아니라 팽팽해야 할 빅4팀간의 경기에서도 득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EPL최고의 라이벌 맨유와 아스널전에는 10골(8대2 맨유 승)이 터졌으며, 맨체스터 라이벌 맨유와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도 7골(6대1 맨시티 승)이 나왔다.
기록을 보면 더 놀랍다. 1일 현재 올시즌 치러진 EPL 99경기에서 295골이 터졌다. 경기당 무려 2.97골이 터진 셈이다. 유럽 타리그와 비교하면 EPL에 얼마나 많은 골이 나왔는지 잘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독일 분데스리가는 경기당 2.82골,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2.50골, 이탈리아 세리에A는 2.41골을 넣었다. 경기당 2.97골은 EPL 출범 후 10월까지의 골기록을 집계한 결과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경기당 3.01골이 터진 2010~2011시즌이 역대 1위, 2.21골의 2006~2007시즌이 역대 최소골 시즌으로 기록돼 있다.
공격진 못지 않게 세계적인 수비수들이 즐비한 EPL에 유난히 많은 골이 터지는 이유는 뭘까. 1일(한국시각)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먼저 공격 지향적인 팀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최근 올시즌 많은 팀들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전통적으로 공격적인 컬러를 가진 아스널, 맨유뿐만 아니라 수비를 강조하던 맨시티, 첼시도 공격축구로 변모했다. 지난시즌 지나치게 안정된 축구로 경기당 1.57골밖에 넣지 못했던 맨시티는 올시즌 36골을 넣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승격팀 QPR, 스완지시티도 물러서지 않는 공격축구를 펼치고 있다.
각 팀의 수비진에 변화가 찾아온 것도 원인이다. 수비진은 호흡이 핵심이다. 그러나 주축 선수의 노쇠화와 이적에 따른 변화가 일어나며 안정감이 떨어졌다. 맨유의 경우 수비를 굳건히 지켜온 리오 퍼디낸드-네마냐 비디치 듀오가 사실상 붕괴됐다. 올시즌 치른 10경기에서 매경기 다른 포백이 기용될 정도다. 첼시도 존 테리가 실수를 거듭하며 수비의 안정감이 떨어졌으며, 아스널, 리버풀 등도 매경기 불안정한 포백을 내보내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EPL에 특급 스트라이커가 많다는 것도 이유로 꼽았다. EPL에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같이 해트트릭을 밥먹듯이 하는 득점머신은 없지만, 매경기 득점을 담보할 수 있는 톱스트라이커가 즐비하다. 로빈 판 페르시(아스널·10골), 세르히오 아구에로, 에딘 제코(이상 맨시티·9골), 웨인 루니(맨유·9골) 등 각 팀의 최전방 공격수들이 득점랭킹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