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윤성환이 하루 저녁에 두번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팀의 우승, 그리고 '피겨 퀸' 김연아 덕분이었다.
김연아가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시구를 맡았다. 그에 앞서 여성 시구자가 나올 때 늘 그렇듯이 홈팀에서 '시구 지도'를 했다. 윤성환이 이날 게임조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김연아에게 공 던지는 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정말 제대로 걸린 케이스였다. 윤성환은 평소에도 "우리 연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김연아의 광팬이다. 윤성환에게 "인기 걸그룹과 영화배우, 그리고 김연아 가운데 누가 가장 좋은가"라고 질문하면 그는 "당연히 김연아다. 얼마나 예쁘고 멋있는가"라고 답하곤 한다.
평소 가장 좋아하던 인물의 시구를 맡게 됐으니 윤성환의 마음이 두근두근할 수밖에. 귀빈실에서 일단 인사를 하고 잠시 얘기를 나눈 뒤 잠실구장 실내훈련장에서 김연아에게 시구를 가르쳤다.
윤성환은 이날 축승회에서 "정말 엄청났다. 가까이서 보니 더 멋있었다. 떨렸다. 김연아 선수가 야구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했다. 시구 지도를 내가 하게 되다니, 정말 신났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아 선수에게 '일전에 아는 기자분이 김연아 광팬이라는 기사를 쓰겠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창피해서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는 얘기도 해줬다"고 말했다.
확실히 이날 김연아는 관심을 모았다. 평소 시구를 자주 받아도 시구자에게 특별히 말을 걸지 않았던 포수 진갑용조차 공을 건네주면서 꽤 오래 대화를 나눴다. 진갑용은 "내가 고려대 선배라고 얘기해줬다"면서 웃었다.
윤성환으로선 하루에 소원성취가 두차례나 이뤄진 날이었다. 남들은 잔뜩 긴장해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시점에, 윤성환만 싱글벙글 웃으며 덕아웃에 앉아있었을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