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감독님 밑에서 저도 새롭게 준비해야죠."
현역이면서 이미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KIA 이종범이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4년 만의 해외 마무리캠프를 통해 팀 최고참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충실한 내년시즌을 대비하겠다는 계획을 뚜렷이 세우고 있었다. '바람'이 다시 휘몰아칠 기세다.
이종범은 1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남달리 설렌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계획은 뚜렷하다"고 미야자키 휴가시에서 진행되는 팀 마무리캠프 참가 소감을 밝혔다. 이날 낮 12시까지 광주구장에서 훈련을 소화한 이종범은 캠프 참가를 위해 짐을 싸고 있었다. 시즌 중 원정이동이 빈번한 야구선수, 특히 현역 최고령인 이종범에게 짐싸는 일은 이제 밥먹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짐을 싸면서 이종범은 색다른 기분에 휩싸였다. 현역 생활을 함께 했던 선배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이순철 수석코치가 그 옆을 보좌하는 가운데 역대 최대규모의 마무리캠프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캠프는 이종범 개인에게는 매우 각별한 의미를 주는 캠프다. 이종범은 "새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잘 파악하시기 위해서 이처럼 큰 규모를 구성하셨다고 들었다. 분명히 내가 그 안에서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어 감독님과 수석코치님이 추구하는 야구를 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힘은 좀 들더라도 팀의 구심점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도 뚜렷했다. 아직 웬만한 후배보다 더 뛰어난 체력과 몸 상태를 자랑하는 이종범은 이번 캠프를 통해 내년 시즌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바람도 내보였다. "일단 가장 고무적인 것은 지금 몸에 아픈 곳이 없다는 점이다. 관절이나 근육 등 어느 한 곳도 아프지 않다" 시즌이 마무리된 이맘때면 대부분의 선수는 한 두곳에 최소한 근육통이라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프로야구 현역 최고령임에도 신체나이가 젊은 편에 속하는 이종범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종범은 이어 "그간 광주에서는 등산과 웨이트 등 체력보강운동을 계속 해왔다. 이제 마무리캠프가 열리는 일본에 가면 기술훈련과 더불어 내년 시즌을 위한 체력을 더 만들어야 한다"면서 훈련에 뜨겁게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내보였다. 이는 올 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 이종범은 "개인적으로 올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개인 성적보다도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허무하게 떨어진 게 가장 아쉬웠다. 새 감독님 밑에서 후배들과 함께 열심히 가다듬어 내년에는 다시금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며 일본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가슴 속에 품은 소망을 꺼내놓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