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농구 최고의 화제 매치다.
부산 KT와 원주 동부가 1라운드 마지막 길목에서 제대로 만났다.
동부는 현재 KBL(한국농구연맹)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올시즌 개막전부터 파죽의 무패 8연승을 달리며 개막 이후 최다 연승 기록을 달성한 상태다.
여기에 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KT전에서 KBL 사상 최초의 1라운드 전승 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단순한 최초의 1라운드 전승 기록이 아니다. 덤으로 따라붙는 새로운 역사가 또 있다. KBL 15년 역사상 최단 경기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이다.
종전 최단 경기 기록은 2007∼2008시즌 동부가 세운 11경기다. 당시 동부는 불같은 초반 기세를 바탕으로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까지 휩쓰는 통합 챔피언의 금자탑을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동부를 이끌며 명장의 이름을 떨친 이가 전창진 감독이다. 운명의 장난이다. 이제 전 감독은 자신이 친정팀에 남겨놓고 온 대기록이 깨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더구나 상대 사령탑은 절친 후배 강동희(45) 감독이다. 친형제 이상으로 우정을 쌓아온 두 감독은 올해 초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며 화제에 올랐다.
2010∼2011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동부와 KT가 만났을 때다. 당시 전 감독은 KT를 이끈 지 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노렸고,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강 감독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4강 통과를 겨냥했다.
결과는 동부가 3승1패로 승리했지만 치열한 단기전 승부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선-후배간 우정에 금이 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우정마저도 소용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 감독은 올시즌을 시작하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어제도 강 감독과 밤 늦게까지 술 한 잔했다"며 경기장에서의 신경전은 신경전일 뿐 강 감독과의 우정에는 변함이 없음을 과시했다.
그런 두 감독이 이번에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동부의 승리였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양팀의 전적은 평행선이다. 총 12경기를 치러 6승6패였다.
10년간 동부를 이끌면서 최강의 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었던 전 감독으로서는 동부 스타일을 너무 잘 알았고, 전 감독 밑에서 코치로 일하며 노하우를 전수받았던 강 감독 역시 막강 전력을 바탕으로 KT에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현재 전력상으로는 5승3패로 힘겹게 공동 2위를 유지하고 있는 KT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KT 용병 찰스 로드가 부적격 판정을 받아 퇴출 대기중인데다, 믿을 맨 조성민이 국가대표 차출 후유증으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전 감독은 후배의 당돌한 대기록 도전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다. 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시즌 초반에 고전하는 바람에 상당히 위축된 반면 동부는 정말 강하다"면서도 "선수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승리에 연연하지 않도록 마음부터 보듬어주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