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의 진정한 MVP는 '삼성 투수진'이었다.
4승1패로 삼성이 SK를 꺾고 5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승리한 4경기에 모두 등판해 3세이브를 거둔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시리즈 MVP로 뽑혔다. 오승환은 이번 시리즈에서 MVP로 선정되고도 남을 만큼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그런데 삼성 코칭스태프 내부에선 조금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오승환의 MVP에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의 MVP는 투수 한 명이라기 보다는 투수진 전체라고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삼성은 31일 서울 숙소인 강남의 호텔에서 간략하게 축승회 행사를 가진 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로 나뉘어 축하 회식을 열었다. 술자리였다. 1년에 딱 하루, 우승을 했기에 마음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이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늘은 마음껏 술 한잔씩 하라"고 지시했다.
코칭스태프 회식에서 이같은 대화가 오갔다는 것이다. 다른 파트의 코치들이 모두 "투수들이 정말 잘 했다. 한국시리즈 MVP는 삼성 투수진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차우찬이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 본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차우찬은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발로 투입되지 않고 롱릴리프 역할을 맡았다. 차우찬은 1차전에서 선발 매티스의 뒤를 이어 3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차우찬은 "공이 좋지 않았는데 어차피 중간계투니까 마운드에 있는 동안 죽어라 던진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던지다보니 영점이 잡혔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5차전에선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10이닝을 던져 2승에 방어율 0이다.
권오준도 딱 한경기에 나왔지만 인상적이었다. 2차전 6회에 0-0인 1사 2,3루에 등판해 연속 삼진을 잡고 급한 불을 껐다.
오승환의 앞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은 투수는 안지만이었다. 4⅓이닝 3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4차전까지 치른 상황에선 안지만도 분명 MVP 후보중 한명이었다. 마무리 오승환까지 이어지는 역할을 했다. 안지만은 31일 우승을 차지한 직후 세리머니때도 샴페인을 운동장으로 나르는 역할을 도맡았다.
이뿐만 아니다. 윤성환 장원삼 정인욱 등도 한몫 했다. 그 결과 삼성 투수진은 한국시리즈에서 1.43이란 경이적인 방어율을 기록했다.
모두 삼성이 갖고 있는 강점을 강점답게 발현해준 투수들이다. 시리즈 MVP는 '삼성 투수진'이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