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이 꼽는 정규시즌 MVP는 누굴까.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고 마무리 오승환, 홈런왕 최형우 모두에게 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두 사람이 없었다면 감독 부임 첫 해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은 불가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MVP의 영예는 단 한 사람 만이 차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류 감독은 누구에게 마음이 조금 더 쏠려있을까. 그 답을 우승 확정 후 가진 인터뷰에서 엿볼 수 있었다.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만난 류 감독은 "감독님이 꼽는 MVP의 유력한 후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아무래도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유리하지 않을까. 오승환, 신명철, 안지만, 배영섭이 모두 유력 후보"라고 밝혔었다. 아무래도 우승을 확정짓기 전이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우승 확정 후 가진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속내를 살짝 드러냈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 MVP는 오승환인데 올시즌을 통틀어 가장 고마운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형우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승환이다. 승환이가 부상에서 돌아와 47세이브를 올려주며 우리 팀이 점점 강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승환이가 48세이브를 해 자신이 세웠던 아시아 세이브 기록을 경신했으면 MVP가 기울지 않았을까. 타이기록에 그쳐 형우와 각축전을 벌인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솔직히 승환이를 조금 더 밀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당시 형우한테 미안하다고 직접 얘기를 해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정규시즌 MVP 투표를 할 기회가 있다면 오승환에게 한표를 던지겠다는 의미였다.
현재 정규시즌 MVP 수상자를 미리 점치기는 매우 힘든일이다. 오승환, 최형우 뿐 아니라 투수 4관왕을 기록한 KIA 윤석민도 강력한 후보다. 타격 3관왕에 빛나는 롯데 이대호도 무시할 수 없다. 과연 한국시리즈 MVP 오승환이 류 감독의 지지를 얻고 정규시즌 MVP도 동시에 석권할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