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의 굴욕이라 불러야할까. 준PO나 PO에서 펄펄 날아 MVP에 올랐던 스타들이 한국시리즈에서 유독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SK 정근우와 박정권이 굴욕의 대상자가 됐다.
정근우는 KIA와의 준PO에서 펄펄 날았다. 4경기서 17타수 9안타(타율 0.529)에 3도루, 6득점을 기록해 톱타자로서의 임무에 충실했다. 롯데가 PO에서 가장 주의해야할 인물로 정근우를 꼽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근우는 롯데와의 PO에서도 타율 3할1푼8리(22타수 7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이으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도왔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 와서는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4차전까지 타율 2할5푼(16타수 4안타)에 그치고 있다. 빠른 발을 이용한 도루도 하나 없다. 3차전까지는 13타수 2안타에 6개의 삼진까지 기록해 최악의 모습이었다. 그나마 4차전서 2안타에 2볼넷으로 체면치례를 했다.
PO MVP 박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롯데와의 PO 5차전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박정권은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기대를 모은 SK 4번타자였다. 그러나 4차전까지 단 3안타(14타수·타율 0.214)에 그치고 있다. 장타도 하나도 없다. 그나마 2차전서 1타점 안타를 친 것이 좋았다.
삼성으로선 SK 타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톱타자 정근우와 중심타자 박정권의 부진이 고마울 수 밖에.
최근 포스트시즌 MVP가 한국시리즈에서 죽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엔 삼성의 박한이가 그랬다. 두산과의 PO에서는 타율 3할8푼1리에 1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아 PO MVP에 뽑혔다. 그러나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14타수 2안타(타율 0.143)의 부진을 보이며 4연패의 쓴맛을 봤다. 2007∼2008년 2년 연속 PO MVP에 뽑힌 두산 이종욱도 한국시리즈에서는 1할8푼5리(2007년), 2할2푼7리(2008년)의 부진의 늪에 빠졌다.
PO에서 좋은 타격감이 한국시리즈에서 체력 등의 문제로 뚝 떨어지기도 하고, 상대팀이 PO때의 모습을 현미경 분석으로 철저히 파악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9년 박정권이 PO(타율 0.476, 3홈런, 8타점)와 한국시리즈(타율 0.393, 2홈런, 9타점)에서 맹활약했지만 올해는 MVP의 굴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