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재방송'이기 때문이다.
삼성에게는 '복수혈전'이고, SK로서는 '타이틀 방어전'이다. 프로야구 30년 동안 같은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맞붙은 것은 이번에 4번째다.
황금기의 해태(현 KIA)가 1986, 87년 삼성과 연달아 만났고, 1988, 1989년에는 빙그레로 상대를 바꿔 4년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운 바 있다. 이어 2007년과 2008년에는 SK가 두산과의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렀는데 모두 승리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상대와의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재미를 봤던' SK와 '분루를 삼킨' 삼성이 이번에 다시 만난 것이다. 작년에는 SK가 4연승으로 손쉽게 우승했지만 올해는 삼성이 먼저 3승1패로 앞서나가며 사뭇 다른 양상이다. 양 팀의 판세 뿐만 아니라 경기내용에서도 작년의 '본방송'과 올해의 '재방송'은 분명히 다른 점이 존재했다.
▶주연 김광현은 어디로?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SK가 2연패 뒤 4연승으로 역전 우승할 때 루키의 신분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김광현. 이후 국내 최상급 에이스로 성장한 김광현은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1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한 김광현은 1회 첫타자 박한이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한 이후 3회까지 6타자 연속 삼진의 위력을 뿜어냈다. 이는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 타자 탈삼진 기록으로 작성됐다. 김광현은 5회 2사 만루에서 정우람에게 마운드를 물려준 뒤 강판돼 3자책점을 기록했지만 SK가 김광현의 연속 삼진을 잡는 동안 선제 2점을 챙긴 것을 발판으로 9대5로 승리할 수 있었다. SK는 이날 1차전에서 김광현의 8탈삼진을 포함, 총 16개의 삼진을 뽑아내 한국시리즈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도 수립했다. 김광현은 팀의 우승을 확정짓던 4차전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나와 프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하며 대미를 장식하기도 했다. 이처럼 잘나갔던 '주연' 김광현이 올해는 없다. 김광현은 이번 4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또 조기 강판됐다. 3이닝 동안 4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4대8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2연패 뒤 3차전 승리로 대반격을 노렸던 SK에게는 준PO, PO부터 이어져 온 '김광현 쇼크'이기도 했다.
▶선발은 순서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는 사실 선발 재미를 보지 못했다. 4연승을 하는 동안 1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이 4⅔이닝을 소화한 게 가장 긴 선발 버티기였다. 그 다음으로 4차전 선발 글로버가 4이닝을 버티는 등 4경기의 선발 투수 모두 5이닝을 넘지 못했다. 이로 인해 1차전때 김광현에 이어 등판한 정우람이 2이닝 1실점으로 타선의 도움 덕분에 승리를 챙기는 등 4연승 과정에서 승리를 챙긴 이는 모두 구원 투수였다. 올시즌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1차전에서는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삼성 차우찬이 승리를 챙겼고, 2차전서 승리도 역시 두 번째 투수 권오준에게 돌아갔다. '구원승' 시리즈가 2년 연속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SK 송은범이 3차전에서 선발의 체면을 살렸다. 5이닝 4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요건을 정확히 채운 그는 불펜이 잘 버텨준 덕분에 2대1 승리를 힘겹게 잡았다.
▶화끈함과 밋밋함의 차이
올시즌 1∼3차전은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1차전 2대0, 2차전 2대1, 3차전 2대1 승 2점대 시리즈를 했으니 그럴 만했다. 경기 중 한때 역전이나 동점의 장면이 연출되며 딱히 숨막히는 순간도 없었다. 삼성이 8대4로 승리한 4차전에서 점수가 많이 나기는 했지만 삼성이 일찍 승기를 잡은 뒤였다. 반면 작년 한국시리즈는 1차전부터 불꽃을 튀겼다. 김광현의 호투로 2점을 먼저 앞서간 SK는 5회초 김광현이 강판된 사이 3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SK는 5회말 곧바로 반격에 나서 추가 3득점으로 응수하며 박진감을 고조시켰다. 3차전에 와서 첫 홈런이 터졌던 올해와 달리 당시에는 1차전부터 홈런이 3개나 터졌다. 2차전에서도 짜릿한 역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0-1로 뒤져있던 SK가 4회말 최 정의 결승 투런포를 앞세워 4대1 승리를 잡은 것. 최 정은 6회에 연타석 홈런까지 기록하며 화끈한 한국시리즈의 참맛을 선사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