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2·셀틱)의 다재다능함이 셀틱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듯 하다.
기성용은 최근 셀틱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팀의 중심에서 공-수를 조율한다. 하지만 팀이 지고 있거나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공격수로 변신해 직접 공격을 이끈다.
지난 21일 스타드 렌과의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3차전에서 기성용은 처음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됐다. 27일 하이버니언과 치른 리그컵 8강에서도 0-1로 뒤진채 전반을 마치자 닐 레넌 셀틱 감독은 기성용을 왼쪽 측면 공격수로 변신시켰다.
정규리그 경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30일(이하 한국시각)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 파크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 13라운드 하이버니언전에서 기성용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는 왼쪽 측면 공격수로 변신했다.
프리킥, 코너킥, 페널티킥 키커, 중앙 미드필더에 이은 새로운 역할이 추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레넌 감독은 왜 기성용을 측면 공격수로 기용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기성용 이외에 마땅한 왼쪽 측면 공격 자원이 없다. 장신 공격수 사마라스, 게리 후퍼가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기력이 정상이 아닌데다 미드필더에서 중심을 잡던 주장 스콧 브라운이 부상 결장 중이다. 지난해 심심찮게 골을 기록했던 미드필더 맥코트도 부상에서 막 복귀했다. 오른 측면 공격은 포레스트가 버텨주고 있지만 게리 후퍼나 스톡스가 번갈아 맡게 되는 왼쪽은 공격이 원활하지 못하다. 좌우 날개 공격 밸런스가 어긋낫다.
이렇다보니 레넌 감독은 공격력과 볼키핑능력, 드리블이 좋은 기성용을 공격수로 기용한다. 스피드가 좋지 않지만 날카로운 크로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 또 기성용이 빈 중앙에는 이스라엘 특급 미드필더 비람 카얄이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어 걱정이 없다.
기성용으로서도 나쁠 것 없는 기용이다. 올시즌 공격에 더 많은 치중을 하면서 공격포인트가 눈에 띄게 늘었다. 18경기에 5골 5도움이다. 10개의 공격포인트로 지난해 기록한 4골 5도움을 넘어섰다.
하지만 체력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적이다. 쉼 없이 셀틱의 모든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경기력에 기복이 심해지고 있다. 이날 하이버니언과의 경기에서도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좌우와 중앙을 쉴 새 없이 오가며 공격에 힘을 보탰지만 눈에 띌 만한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다.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와 패스는 정확도가 예전만 못했다. 레넌 감독도 이런 기성용의 모습에 생각을 바꿨나보다. 최근 좀처럼 교체 없이 풀타임 출전을 시켰지만 이날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26분만에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성용 대신 부상에서 돌아온 맥코트를 기용했다. 공격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기성용의 체력을 안배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셀틱은 끝내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에 완야마와 사마라스까지 투입하며 공격력을 강화했지만 밀집수비로 나온 하이버니안의 골문은 3일전 리그컵 8강(4대1 셀틱 승)에서 처럼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결국 셀틱은 0대0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며 이날 에버딘에 2대1 승리를 거둔 선두 레인저스에 승점 12차이로 뒤지게 됐다. 2위 마더웰에도 승점 3차 뒤진 3위로 처지며 올시즌 리그 우승을 향한 도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한편,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차두리(31)는 투입되지 않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