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은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 선수들이 한 것입니다. 나는 도우미 역할만 했을 뿐입니다."
30일 강원을 2대0으로 꺾고 6년 만에 부산을 '가을잔치'로 이끈 안익수 감독은 겸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안 감독은 "6강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해냈다. 나는 도우미 역할만 한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타팀 선수들보다 더 많이 노력했고 생각했다. 땀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고 성과로 드러났다. 일취월장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부산은 이날 날린 슈팅 2개가 모두 골로 연결됐다. 안 감독은 "타팀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골을 허용하면 두골을 넣어야 했다. 때문에 일단 선수들에게 정상적인 경기를 하자고 강조했다. 조급하지 말고 냉철하게 플레이하자고 했다. 강원전은 우리가 하고자 했던대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부산의 지휘봉을 본격적으로 잡은 뒤 흐른 10여개월은 우여곡절의 시간이었다. 안 감독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가지고 있는 것은 많은데 그동안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한계에 제약이 없다는 것을 깨우쳐줬다.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6강 플레오프 상대는 4위 수원 삼성이다. 안 감독은 "이제 준비해야 한다. 20일이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휴식과 상대팀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하겠다. 좋은 경기, 좋은 결과,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차 목표를 달성한 안 감독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안 감독은 "선수들의 욕심이 나보다 많다. 욕심이 채워졌다고 생각지 않는다. 운동 욕심은 상당히 열정적이다. 그들은 아직도 목말라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MVP에 뽑힌 공격수 한상운은 "안 감독님 부임 이후 선수들의 마인드가 바꼈다. 예전에는 기존 2군 선수들은 '나는 2군이다'라는 생각이 컸다. 프로의식이 1군과 격차가 심했다.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이 없었기 때문에 2군에서 많이 올라오지 못해 후반에 무너졌다. 그러나 안 감독님은 2군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준다. 가장 큰 경쟁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A대표팀 복귀 이후 슬럼프를 겪었던 한상운은 "제 기량을 못보여주고 나온 것이 힘들었다. 스스로 질책을 했다. 그러다보니 경기에 영향을 끼쳤다. 주눅드는 면도 있었다. 이때 안 감독님께서 최대한 부담을 가지지 않게 해주셨다. 선발이 아니면 교체로 출전시켜 주셨다. 이제는 컨디션을 찾은 만큼 포스트시즌에는 제 컨디션으로 치를 것"이라고 했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