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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관전평] 이만수 '광속 어필', 할 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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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축구 스코어'였지만 긴장감은 1,2차전 보다 훨씬 팽팽했다. 그래선지 양 쪽 팬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유난히 거슬리고, 억울한 장면이 많았을 법하다. 3차전에선 SK 이만수 감독의 '광속 어필'이 논란이 됐다. 딴건 몰라도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어필하는 건 심하다는 논리와, 오죽 쌓인 게 많았으면 그랬겠냐는 동정론이다. 심판 수준 만큼은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다는 한국프로야구지만 워낙 민감한 큰 판 승부이다 보니 세밀한 판정 하나하나에도 갑론을박이 매번 뒤따른다.



그래. 인정한다. 5회 배영섭의 땅볼 타구 때 1루 아웃. 배영섭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삼성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

심판도 사람이다. 그런 실수는 당연히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삼성은 SK에 비하면 덜 억울하다. 4회초 삼성의 공격 때였다. 주자 1루 상황. 강봉규가 타석에 들어섰다. 풀 카운트의 접전. 송은범의 변화구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뚝 떨어졌다.

강봉규가 안간힘을 쓰며 배트를 멈췄다. 그런데, 문제는 강봉규의 배트 중심이 완전히 돌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심의 손은 꿈쩍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풀카운트였기 때문에 1루 주자 박석민이 2루로 뛰었다. 그 짧은 순간에 SK 포수 정상호는 타자가 삼진이라고 판단, 재빨리 2루에 볼을 뿌렸다. 그리고 볼을 받은 유격수 박진만은 침착하게 박석민을 태그아웃시켰다.

정상호와 송은범은 심판들에게 '배트가 돌아갔다'는 제스처를 하며 항의를 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꿈쩍하지 않았다. 2사에 주자가 없어야 할 평온한 상황이 순식간에 무사 1, 2루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됐다. 2연패의 SK가 선취점을 허용한다는 것은 삼성의 튼실한 불펜진을 고려하면 재앙이었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SK 선수들이 무실점으로 막았으니 망정이지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삼성의 억울함은 '새발의 피'였다.

또 하나. 3회 1사 1, 3루 상황에서 송은범은 바깥쪽 꽉 찬 직구를 꽂아넣었다. 홈 플레이트를 통과한 느낌. 그런데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이 연장선상에서 4회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벤치를 박차고 뛰쳐나온 것이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을 누르고 누르다 '광속 어필'로 터뜨린 것이다. SK의 홈경기였다. 그런데 홈 어드밴티지는 커녕 오히려 손해만 본 느낌이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일단 팔꿈치 부상을 안고 있는 SK 송은범의 역투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송은범은 이날 경기에서 판정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여러 차례 마운드에서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광남 구심은 송은범의 바깥쪽 공에 대한 일관되게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한두개 정도가 빠졌고 낮았다고 판단했다. 같은 공을 번번이 다르게 판정한다면 문제가 있지만 이처럼 일관성 있는 판정이라면 투수가 곧바로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을 해야 한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항의도 지나쳐 보였다. 이 감독은 4회초 진갑용의 타석에서 나 구심이 송은범의 바깥쪽 공에 볼 판정을 내리자 특유의 '광속 어필'을 감행했다. 그러나 TV 중계를 통해 여러차례 반복된 느린 화면을 보면 확실한 볼이었다. 물론 감독 입장에서 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판정에 대한 항의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와 볼에 관한 판정은 정말로 어처구니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게 불문률이다. 장안에 화제가 된 '광속 어필'을 남발하는 느낌이다.

오히려 판정에 억울해야 할 팀은 삼성이었다. 1루에서 두 차례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1회 1사후 박한이가 3루쪽으로 절묘한 기습번트를 댔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베이스 터치가 빨라보였다. 하지만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이 장면은 그나마 수긍할 수 있었다. 5회초 배영섭에 대한 판정은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1사후 배영섭이 친 빗맞은 공은 3루쪽으로 느리게 굴러갔다. 어렵게 공을 잡은 송은범이 1루에 송구를 했지만 배영섭의 발이 빨랐다. TV중계의 느린 화면을 통해 확인한 결과 배영섭의 오른발이 베이스를 꾹 누르는 순간에도 공은 글러브에서 두 뼘 가량 모자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웃 판정.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1사후 발빠른 배영섭이 출루했다면 국면이 달라질 수 있었기에 삼성으로선 더욱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