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없는게 하나 있다. 바로 '야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홈런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2개와 4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린 삼성과 SK 모두 대구구장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단 1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이 실종된 것일까.
▶투수들, 전력으로 던진다
삼성과 SK는 정규시즌 불펜 방어율 1, 2위 팀이다. 그만큼 훌륭한 투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선수들이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집중을 하고 던지니 타자들로서는 여간 골치아픈 일이 아니다.
여기에 사정은 조금 다르지만 양팀 모두 투수들이 전력으로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양팀 모두 선발투수가 실정된 야구를 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는 선발요원이 넘쳐나기 때문에 차우찬과 정인욱에게 중간 3이닝 정도를 맡기는 '이중선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투수들에게 완급조절 없이 100% 전력을 다해 던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SK는 에이스 김광현의 부진과 선수들의 체력문제가 겹쳐 투수들을 번갈아가며 기용하고 있다. 불펜들의 활약도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이에 대비해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까지 1~2이닝 정도는 거뜬히 막아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삼성은 경기 감각, SK는 체력이 문제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삼성이 가장 걱정한 부분은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었다. 정규시즌을 마친 후 1차전까지 20여일 간 실전경기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체 청백전 등을 통해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연습경기와 실전경기는 하늘과 땅 차이. 1, 2차전을 지켜본 한 야구인은 "삼성타자들의 스윙이 확실히 정규시즌만 못하다"고 평가했다. 체력은 충분히 회복돼 힘은 생겼지만 공을 맞히지 못하니 문제다.
SK는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날 시점이다. 스윙 스피드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타구의 비거리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1, 2차전을 승리로 이끈 삼성의 투수들은 "SK이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면서도 "확실히 타자들이 지친 기색을 보였다. 스윙이 많이 밀리는 걸 느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승리' 위해 큰 스윙 버린 홈런왕
정규시즌에서 30개의 홈런포를 때려내며 이대호(롯데)를 제치고 홈런왕 자리를 차지한 삼성 최형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담장 밖으로 공을 넘길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하지만 1, 2차전에서는 그의 홈런을 볼 수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형우가 홈런을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은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형우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플레이오프에서 SK가 이대호를 거른 것 처럼 집중견제가 예상된다"는 말에 "그런 경우에 대비해 훈련 중 큰 스윙 보다는 짧게 밀어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큰 경기에서는 1점이 승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에 팀배팅에 주력하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최형우는 1차전 두 번째 타석에서 가운데 몰린 공을 욕심내지 않고 가볍게 밀어쳐 2루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최형우의 홈런을 기대해볼만 하다. SK 투수들이 최형우와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SK 투수들이 나를 경계한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는 않는다"며 "나도 적극적으로 내 스윙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