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하종화씨가 팀을 맡았다면서요. 첫 경기 졌다고 하던데 김호철씨가 계속 맡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천안의 민심은 호의적이이 않았다. 26일 천안아산역에서 현대캐피탈과 LIG손해보험의 경기가 열리는 천안유관순체육관으로 향하는 택시 안. 민심이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택시 기사는 현대캐피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첫 경기를 치르자마자 찾아온 위기였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23일 서울드림식스와의 홈개막전에서 1대3으로 완패했다. 경기 도중 작전타임을 불러 "너희들이 배구선수냐"라는 얘기로 혼을 냈다. 배구 명문 현대캐피탈을 맡은 초보 감독에 대한 실망은 컸다. 천안 민심은 물론이고 팬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3일후 현대캐피탈은 달라져있었다. 드림식스전의 그 팀이 아니었다. 서브는 날카로웠다. 수니아스 주상용 등이 강타를 내리꽂았다. 높이의 팀답게 블로킹 득점도 터져나왔다. 수비도 강했다.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LIG손해보험을 3대0으로 완파했다.
3일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경기 당일 혼낸 것을 생각했을 때 뭔가 큰 사단이 날 것만 같았다. 선수들도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하 감독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훈련만 시켰다. 단 한 선수만 불렀다. 올 시즌부터 주장을 맡은 최태웅이었다. 하 감독과 대화를 나눈 최태웅은 25일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을 모았다. 숙소앞 카페에서 차를 시켜놓고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드림식스전은 잊자. 다시 마음을 가다듬자"고 주문했다. 선수들은 그자리에서 의기투합했다.
하 감독의 '믿음'이었다. 경기는 선수들이 한다는 것이 하 감독의 지론이었다. 선수들이 해결책을 낼 것으로 생각했다. 최태웅을 통해 선수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을 전해듣자 하 감독은 빙긋이 미소만 지었다.
경기가 끝나고 하 감독은 "5세트 접전까지 생각했다. 잘 싸워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믿음이 이끌어낸 승리였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