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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조광래호와의 짧은 동거 '결말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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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동거는 이별이라는 결말로 마무리됐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이 중동원정 2연전을 앞둔 A대표팀 명단에서 이동국(32·전북)을 제외됐다. 표면상의 이유는 부상이다. 조 감독은 "이동국이 왼쪽 종아리 근육에 부상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라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감독은 "본인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축구선수면 누구든 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이며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다.

최근 소속팀 전북 경기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동국의 재발탁이 불발된 이유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동국은 이달 초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지난해 7월 돛을 올린 조광래호에선 첫 승선이었다. 당시 조 감독은 K-리그에서 보여준 골결정력과 문전에서의 세밀한 움직임, 이타적인 플레이로 도움능력까지 선보인 이동국의 발탁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이동국은 내 축구 색깔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과 '이동국을 발탁해야한다'는 여론 사이에서 고민했다. 결론은 15개월 만에 대표팀 승선이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7일 폴란드와의 평가전(2대2 무)에서 전반 45분동안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어 11일 UAE와의 3차예선 3차전(2대1 승)에서 후반 34분 교체 투입됐다. 시간이 짧았다. 제로톱(최전방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들이 수시로 포지션을 바꾸는 공격전술)을 기본으로 하는 대표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선발 출전하고 있는 이동국에게 조커의 임무도 어색했다. A대표팀 유니폼은 더 이상 맞지 않는 옷이었다. 이동국은 스스로 입을 닫았다. 결별의 전주곡이었다.

추후 재발탁 여부도 불투명하다. 조 감독은 이날 명단 발표를 하며 '실험 종료'를 선언했다. "아랍에미리트와 레바논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비한 선수를 차출했고 맞춤형 전술로 잘 준비하겠다. 지금부터는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내년까지 기존 멤버로 조직력을 강화하는데 목표를 두겠다."

내실 다지기다. '조직력 강화'를 화두로 내세운 만큼 공격전술에 큰 변화를 야기할 이동국 카드는 더이상 꺼내기 힘들어졌다. 때문에 축구계에서는 사실상 이동국와 A대표팀의 인연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이동국의 A대표팀 스토리가 마침표만 남겨두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