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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먼저 청야니 성대결 이슈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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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잘 나가다보니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 미국 언론에서 '골프 여제' 청야니(22·대만)의 남자대회 출전, 이른바 '성 대결'을 언급했다. 청야니는 한번도 남자대회에 뛴 적이 없고, 나가고 싶다는 말도 한적 없다.

여자골프를 완벽하게 평정한데 대한 놀라움과 기대감이 이슈화의 시발점이다.

미국의 야후 스포츠는 26일(한국시각) 칼럼니스트 대담 형식의 칼럼을 실었다.

'청야니가 PGA 투어에 도전해야할 시기인가?(Is it time for Yani Tseng to try out the PGA Tour?).'

야후 수석기자인 셰인 베이컨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7승이나 거뒀다. 멀리 치고, 퍼팅 좋고, 현존하는 여자선수 중 최고다. PGA 투어에 도전할만한 충분한 재능을 지녔다"고 말했다. 편집장인 제이 버스비는 "동의한다. 장타에 정확성까지 겸비했다. 그린 주변 플레이도 완벽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베이컨은 한술 더 떠 "청야니는 소렌스탐이나 미셸 위처럼 이전 남자대회에 도전했던 여자선수들과는 달리 목표가 컷 통과가 아닌 톱25 정도로 상향조정 해도 될 것 같다. 물론, 우승까지는 무리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청야니, 남자 무대에서 통할까

청야니는 올해 20개 대회에서 10승이나 했다. LPGA 7승, 유럽투어 2승, 대만투어 1승이다. 엄청난 장타에 정확한 아이언샷, 깔끔한 퍼팅까지. 라이벌 최나연은 "청야니가 흔들리지 않는 한 그를 꺾기는 쉽지 않다. 골프를 너무 쉽게 친다. 쉽게 버디를 잡고, 쉽게 위기에서 탈출한다. 요즘은 멘탈까지 겸비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청야니가 PGA 투어에서 정말 25위권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청야니의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67.9야드로 LPGA 투어 1위다. 하지만 PGA투어에서 뛰는 남자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는 285야드다. 17야드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세컨드샷 위치에서는 한 클럽 이상 차이가 난다. LPGA가 최근 코스 전장을 계속 늘려 6700야드에 근접한다고 하지만 평균 7300야드 내외인 PGA와는 기준부터 다르다.

청야니는 150야드 내 플레이는 컴퓨터처럼 정확하지만 PGA 투어 코스에서는 세컨드샷 거리가 대폭 늘어난다. 파4 기준으로 450야드는 기본이다. 웨지 대신 쇼트 아이언, 쇼트 아이언 대신 롱아이언을 잡아야 한다. 아이언샷 정확도가 떨어지면 퍼팅은 홀에서 더 멀어진다. 퍼팅 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PGA 투어 멤버 중에서도 청야니 정도의 티샷을 날리는 단타자가 있지만 러프에서의 볼 컨트롤은 남녀가 다르다. 근력에서 차이다.

또 여자 선수중에서는 최장타여서 가벼운 스윙을 해도 되지만 남자들과 대결하면 비거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플레이 해야 한다. 골프는 때때로 작은 변수가 판이한 결과를 만든다. 스윙 리듬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도 청야니, 소렌스탐-미셸위와는 다르다

이전에도 여자선수들의 성대결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재미교포 미셸 위다. 미셸 위는 13세에 이미 프로대회 초청받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뽐냈다.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300야드에 육박할 정도였다. 성대결을 스폰서십과 연결시키려 한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미셸 위는 2003년 캐나다투어 베이밀스오픈부터 2008지난 8월 PGA투어 르노타호오픈까지 모두 14개 대회에 출전했다. 성적은 초라하다. 컷통과는 2006년 한국에서 열린 KPGA 투어 SK텔레콤오픈(공동 35위)이 유일하다. 나머지 대회는 형편없는 성적으로 컷탈락했다.

박세리는 2003년 국내 남자대회인 SBS최강전에서 컷을 통과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양용은이 동반라운드를 했다. 박세리는 2004년말 타이거 우즈가 제주에 왔을 때 스킨스 게임을 같이 한 적은 있지만 이후 남자 대회 '외도'는 없었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2003년 PGA 투어 콜로니얼클래식에서 컷탈락한 뒤 "다시는 남자대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금까지 남자대회에 출전해 컷을 통과한 선수는 베이브 자하리스(1945년 PGA투어 LA오픈)와 박세리, 미셸 위 밖에 없다. 남녀 골프의 차이는 거리가 다른 티잉그라운드를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청야니가 이전 선수들과 다른 점은 밸런스다.

미셸위는 장타는 있었지만 쇼트게임 능력이 부족했다. 소렌스탐은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과 아이언샷은 정교했지만 티샷 비거리가 짧았다. 반면 청야니는 장타자이면서 정확한 샷을 구사한다.

일각에선 청야니가 스스로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남자대회에 출전하는 모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골프 변방인 대만 출신인데다 스타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청야니는 3년전 투어 새내기 시절 남자 대회에 목숨을 거는 동갑내기 미셸 위를 향해 "나는 더 많은 LPGA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을 뿐"이라며 성대결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3년전 새내기는 이제 여제다.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청야니의 성대결 도전 여부는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