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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받은 이만수 감독대행, 그래도 적은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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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5일 대구구장. 삼성이 2대0 완승을 거두자 대구구장은 축제의 현장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경기장을 나서던 팬들이 삼성 류중일 감독이나 삼성 선수들이 아닌 적장 이만수 감독대행의 이름을 힘차게 연호한 것. 대구 팬들이 이 감독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할까.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대구에 가면 경기장을 찾은 팬들 중 절반은 나를 응원해줄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82년 삼성에서 데뷔해 97년까지 삼성의 거포로 활약해온 이 감독은 삼성 출신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대구 팬들은 소속팀에 상관없이 이 감독이 SK 코치로 대구구장을 찾으면 많은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특히 97년 7월 약 10년 여만에 대구구장을 찾았을 때는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장미꽃을 던지며 이 감독을 환영해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삼성의 운명을 결정지을 한국시리즈. 이 한국시리즈의 상대 적장으로 돌아온 이 감독이기 때문에 대구팬들이 쉽게 박수를 보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구 팬들의 이만수 사랑은 식지 않았다. 이 감독이 경기를 위해 구단 버스를 타고 와 내릴 때부터 기다리던 팬들의 악수와 사인요청이 줄을 이었고 경기 전 이만수 감독이 소개됐을 때는 삼성의 어느 선수보다도 더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과연 경기장을 찾은 대구 팬들은 홈팀 삼성과 이 감독 중 어느 쪽을 우선적으로 응원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경기 중간 나왔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심판진에 어필을 하기 위해 두 차례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경기 전과 사뭇 달랐다. 여기저기서 "들어가"라는 외침의 소리가 들렸다. 결국 대구 팬들에게 이 감독도 적은 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경기 후 팬들이 이 감독의 이름을 연호한 이유도 설명이 된다. 격려의 마음과 함께 삼성에 1승을 안겨줘 고맙다는 뜻이 합쳐진 결과물이었다. 과연 SK가 승리했다면 팬들이 똑같이 "이만수"를 기분좋게 외칠 수 있었을까.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