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조선일보사·스포츠조선·춘천시·대한육상경기연맹 공동 주최)이 빨라졌다. 지난해 코스를 조정한 후 13년 만에 대회 최고기록을 갈아치웠고 1년 만에 벌어진 2011년 대회에선 다시 51초를 앞당겼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 2시간6분벽을 깨트릴 수도 있다.
명품 마라톤이 되기 위해선 기록이 잘 나와야 한다. 춘천마라톤은 좋은 기록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난해 고민 끝에 마라톤 코스를 일부 조정했다. 속도전이 붙은 세계 추세를 따라갔다. 오르막을 최소로 줄였다. 그 결과 케냐의 콜룸이 대회 최고기록(2시간7분54초)을 세우며 해묵은 숙제를 풀어냈었다.
23일 의암호 주변을 휘감은 울긋불긋한 단풍에 취해 달린 이번 대회에선 케냐의 철각 비욧(25)이 예상을 깨트리고 춘천 국제공인코스(의암호 주변 순환코스)를 2시간7분3초의 남자부 대회 신기록으로 달려 우승의 영광을 가져갔다. 비욧은 아스메롬(2시간7분27초·에리트레아)과 2파전을 벌이다 38km지점부터 앞으로 치고 나가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비욧은 지금까지 국제무대에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복병이었다. 이전 개인 최고기록이 2시간9분41초로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비욧은 당초 우승후보로 꼽혔던 코스게이(4위·케냐) 등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 대회 챔피언 콜룸은 컨디션 난조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대개 전 대회 챔피언은 다음 대회에도 초청을 받는다. 따라서 비욧이 내년에도 춘천마라톤에 참가할 가능성은 높다. 비욧의 가파른 상승세를 고려할 때 조만간 2시간6분대 기록 진입이 가능하다. 1년 후 열릴 2012년 춘천마라톤에서 비욧이 다시 신기록을 작성하며 2연패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비욧은 우승 상금 5만달러(약 5700만원)와 신기록 보너스 3만달러(약 3400만원)를 받았다.
국내 남자 선수 중에는 황준현(코오롱)이 2시간16분37초의 저조한 기록으로 전체 9위, 토종 1위를 차지했다.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한국 마라톤의 슬럼프는 끊이질 않았다. 이봉주(은퇴)가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세운 현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은 11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황준현의 이날 기록은 이봉주의 기록보다 9분 이상 늦었다. 외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여자부에선 오정희(창원시청)가 2시간41분23초로 우승했다. 여자부 한국기록은 2시간26분12초(권은주)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엘리트 부문 남녀 톱3
▶남자부=①스탠리 비욧(케냐) 2시간7분3초(대회 신기록) ②야레드 아스메롬(에리트레아) 2시간7분27초 ③로티치 키르와(케냐) 2시간10분46초 ▶여자부=①오정희(창원시청) 2시간41분23초 ②김선정(K-water) 2시간43분57초 ③이세정(강원도청) 2시간51분17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