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왔다.
롯데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대비해 외국인 투수 사도스키를 빼고 투수 전원을 5차전에 대기시켰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롯데 마운드의 수호신으로 떠오른 왼손 장원준도 23일 부산 SK전에 대기했다. 양승호 감독은 선발 송승준에 이어 장원준을 필승 카드로 준비시켰다.
장원준은 1차전 선발에 이어 지난 20일 인천에서 열린 4차전에선 중간 계투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1차전에서 5이닝 동안 4실점하며 다소 불안했지만 4차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부산지역 방송인 KNN 이성득 해설위원은 "내가 본 장원준의 피칭 중 4차전때 모습이 가장 좋았다. SK 타자들이 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5차전이 정상적으로 22일 열렸다면 장원준은 등판이 불가능했다. 4차전에서 선발 부첵에 이어 4회에 등판한 장원준은 4이닝 동안 52개의 공을 던졌다. 하루 휴식후에 등판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차전이 비로 하루 연기되면서 장원준은 이틀을 쉬었다. 불펜 투수로 등판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장원준은 플레이오프 5차전 중 세 경기에 둥판을 준비하는 투수가 됐다.
장원준에게서 지난 84년 롯데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은 고 최동원의 향기가 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최동원은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1, 3, 5, 6, 7차전에 다섯 차례 등판해 혼자 4승을 따내며 롯데 창단 첫 우승을 안긴 '불멸의 에이스'다.
1, 3, 5차전 선발에 이어 6차전에 구원으로 등판(5이닝)했던 최동원은 7차전에 또다시 선발로 등판해 완투승을 거두는 괴력을 과시했다. 당시 최동원이 7차전에 또다시 등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로 인해 경기가 하루 연기 됐기 때문이다. 장원준이 5차전 등판 준비가 가능한 이유와 똑같았다.
장원준은 올시즌을 끝내고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장원준은 입대전 팀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5차전 경기 내내 묵묵히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부산=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