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있게 말했다. "SK가 올라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SK가 승자가 됐다. 이제 보름 넘게 기다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가 성사됐다. 지난해 삼성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SK에게 4연패하며 우승이 좌절됐다. 1년만의 리턴매치. 삼성이 특히 독기를 품을만도 하다.
23일 대구구장에서 팀훈련을 지휘한 류중일 감독은 플레이오프 소식을 접한 뒤 "작년의 패배를 설욕하고 싶었다. SK가 올라오는 걸 학수고대했다"고 말했다.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류 감독은 "1년만에 다시 만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투게 됐으니 팬들도 흥미롭게 생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론 20년전 한 팀에서 뛰었던 선배 이만수 감독대행과의 대결이다.
삼성의 많은 관계자들이 SK의 저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엔 SK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계속 거론돼왔다.
삼성 투수들은 대체로 SK쪽이 약간 편하다는 입장이었다. 롯데의 막강 타선은 한번 불붙으면 부담스러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 야수들은 롯데가 올라오면 심리적으로 조금 편하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롯데 불펜진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상황을 봤을 때 SK가 올라오는 게 삼성에겐 낫다는 진단이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 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른 SK가 아무래도 체력 손실과 이에따른 전력 누수가 더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 관계자들은 "단기전 승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첫판부터 우리도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TV 중계로 경기를 간간이 지켜봤다. 류 감독은 "확실히 (SK) 박정권이가 가을에 강하네"라며 관심을 보였다. 한편으론 "롯데는 마운드의 뒤가 약한 게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체로 한국시리즈 직행팀의 감독은 상대가 결정됐을 때 "최선을 다하겠다" 정도로 코멘트를 한다. 반면 류중일 감독은 "SK를 기다렸다"며 솔직하고 강한 반응을 보였다. 24일 미디어데이를 거쳐 25일 드디어 한국시리즈가 개막한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